'생보 빅3', 보험금 청구권 신탁업 경쟁 본격화…법적 규제는 '변수'

한화생명, 하반기 보험금 청구권신탁 상품 출시 검토 업계, 신탁업 관련 법령 개선 요구…"규제 허들 낮춰야"

2025-08-24     손일영 기자
이른바 '생보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잇달아 '보험금청구권 신탁업'을 추진하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보험금을 활용한 신탁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경직된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하반기 중 기존의 종합재산신탁 사업을 확대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첫선을 보인 '상속연구소'에서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령화 시대 '시니어 사업'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상속연구소는 한화생명의 상속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부서다.

이로써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운용하는 생명보험사는 4곳(삼성·교보·흥국·미래에셋생명)에서 5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화생명이 사업에 뛰어들며 이른바 '빅3 생보사'가 모두 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그간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선도해 왔다.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생명은 2330억원 규모로 692건의 계약을, 교보생명은 약 502억원 규모의 526건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른 두 곳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체결은 각각 1건에 그쳤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수령할 보험금을 신탁재산으로 활용하는 신탁으로서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이 결합된 형태다. 해당 상품은 초고령화 시대 급증하는 고령층의 자산 관리 수요를 반영했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와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속하는 유가족의 안정적인 재산 관리 및 생활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제도 개선을 통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활성화 방안을 도입했다. 금융감독원도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사용할 수 있는 유동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한·일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손일영 기자)

하지만 보험업권이 신탁업을 효율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행 법령상 위탁자와 수탁자 간에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될 수 있는 보험금청구 신탁의 특성이 제한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 설정 시 최소 보험금 3000만원 이상 요건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사망보험금에 한해서만 보험금청구권 신탁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탁업 자체가 보험사 영업환경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일반 사망 보장 보험에서 저축성 보험이나 일반 건강 보험으로 확대해 보험사가 효율적으로 노후 금융지원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탁수익자의 범위 제한 역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신탁수익자는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되고 있다.

지광운 국립 군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일본은 개인·단체 구분 없이 수익자 인정이 가능한 구조"며 "우리나라도 변화된 가족관계를 고려하여 개인 수익자 범위를 확대하고, 공익단체를 수익자로 지정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선해 '기부 신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신탁업에 대한 자본시장법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신탁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해 재신탁 금지 등 과도한 금융규제를 부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치매로 인한 계좌 동결과 부동산 거래 불가 등 치매 고령자의 자산 관리가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치매 신탁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라며 "치매 고령자 신탁은 투자와 관련이 없으며 위탁자와 수익자 간 상속 및 증여 업무를 위한 신탁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보험사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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