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이 당당히 목소리 내야 광주의 미래도 밝아진다
광주에서 살아가며 꿈을 키우고 있는 청년으로서, 같은 고민을 하는 모든 광주 청년들의 걱정과 고민의 마음을 대표해서 글을 쓴다. 흔히 청년 문제라 하면 '취업난, 주거난, 빚, 낮은 출산율'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그것은 단순한 통계와 단어가 아니라 매일 부딪히는 현실이다.
광주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호남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광주 실업률이 3.0%로 전년 같은 달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실업자도 2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5000명이나 늘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올해 5월 기준 광주 인구가 139만9880명으로 21년 만에 140만명 선이 무너진 현실이다.
청년 유출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광주를 떠난 순유출 인구 7962명 가운데 20~39세 청년층이 73.6%에 달하는 5860명을 차지했다. 2020년 3137명이던 청년 순유출이 5년 만에 87% 급증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1~4월까지 4개월간 순유출 인구가 6000여 명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 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청년의 삶은 늘 불안정하다. 계약직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높은 전·월세에 허덕이면서도 내 집 마련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학자금 대출은 갚아도 갚아도 줄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결혼과 출산은 선택지가 아니라 포기 대상이 되어버렸다. 광주 청년 인구가 2020년 41만4088명에서 지난해 36만9664명으로 5년간 4만4424명 급감한 현실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존립과 직결된 과제다.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다. 청년들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로 기회를 박탈당한다. 창업을 하려 해도 초기 자본의 벽은 높고, 문화·예술을 전공한 청년들은 불안정한 계약과 낮은 보상에 내몰린다. 그 사이에서 재능과 가능성은 사라지고 좌절감만 남는다.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불안정한 삶은 우울과 번아웃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사회적 단절로 확산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추상적인 구호만으로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없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청년 정책과 정치 참여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청년 의제 발굴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정례화해야 한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 광주 각 자치구별로 청년들이 직접 지역 현안을 제기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실제 시정과 구정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청년자율예산제"를 도입해야 한다. 청년 관련 예산의 30%를 청년들이 직접 편성하고 집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광주시는 청년 정책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 성동구가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이 제도는 청년 만족도를 40% 이상 끌어올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광주시 각종 위원회의 청년 비율을 현재 10%에서 30%로 확대해야 한다. 광주시의회에서도 각종 위원회 청년 참여 의무화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청년이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을 것이다. "젊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의 강점은 완벽한 경험이 아니라 불완전하기에 더 솔직하고, 좌절을 겪었기에 더 절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주역들 역시 20~30대 청년들이었다.
광주는 늘 새로운 길을 열어온 도시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몸소 지켜낸 광주야말로 청년 정치가 뿌리내리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전국 최악의 청년 유출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면, 청년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광주의 미래를 위한 선택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는 곧 삶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마저 99만6366명으로 100만명 선이 붕괴된 현실을 바꾸려면 청년 스스로가 정치 무대에 나서야 한다. 청년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정치의 본질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25년, 광주는 기로에 서 있다. 140만명 인구 붕괴라는 위기를 청년 정치 참여 확대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느냐의 갈림길 말이다. 광주의 청년이 당당히 목소리를 낼 때, 광주의 미래도 더 밝게 빛날 것이라 확신한다.
[정평호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청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