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지배력 더 커지나…베이스다이 자체 설계·HBM4 단가 인하 '강한 의지'
알리바바 자체 칩 개발도 독점구조 상당 기간 지속…3분기 실적 기대감 '쑥'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엔비디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사용되는 '베이스다이(로직다이)' 직접 설계를 추진 중이며,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에 탑재될 6세대 HBM4 납품 단가 인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쳐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 자체 칩 개발에도 '엔비디아 독점 구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으며,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7년부터 HBM의 부품인 '베이스다이'를 설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베이스다이는 HBM에서 매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신호를 AI 가속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게 변경해 준다.
엔비디아는 현재 GPU 생산은 물론 AI 가속기 패키징을 TSMC에 100% 의존하고 있는데 'HBM 등 핵심 부품에서 주도권을 거머쥔다'는 전략으로 베이스다이 설계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또 SK하이닉스와 HBM4 가격 협상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있다. HBM3E에서는 SK하이닉스에서 제품을 거의 독점에 가깝게 공급받았지만, HBM4에서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공급사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으며, 마이크론도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제공한 HBM4 샘플이 '신뢰성 검증 시험'을 통과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최종 퀄테스트를 통과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샘플 최종 인증까지는 3~4개월 시간이 소요되며, 삼성전자는 9월 초 경 HBM4 최종 샘플을 엔비디아에 보낼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HBM4 퀄테스트 통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4는 1c D램 성능 향상과 수율 개선, HBM 후공정 수율 개량, 제품 성능 향상 등으로 퀄테스트를 통과해 엔비디아 '루빈' 내 점유율이 30%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HBM3E에서 보였던 발열과 성능 문제가 더이상 지적되지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진입하면 엔비디아가 낮은 수준의 단가를 제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HBM4에 대해 희망하는 단가를 받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12단 HBM4 가격을 500달러를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12단 HBM3E 가격은 300달러였는데, 가격을 66.66% 인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가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엔비디아와 협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4 수율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공정 시간이 증가해 생산 단가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HBM3까지는 베이스다이를 직접 제조해 생산했지만, HBM4부터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해 생산뿐 아니라 설계를 위탁해 단가가 더 높아지게 된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했는데, 영업이익률이 상당 부분 낮아질 수 있다.
마이크론은 내년 HBM 공급량에 대해 거의 완판 소식을 전했지만, 엔비디아 계약 속도 조정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물량 완판 소식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모두 HBM4 퀄테스트를 앞두고 있지만, 제품을 공급하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 테스트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HBM4 공급사로 여러 업체를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 삼성전자 및 마이크론 기술력이 올라와 있어 이들을 공급업체로 채택해 HBM4 원가를 낮추려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및 마이크론을 대량 공급 업체로 선정하면 경쟁이 가열돼 제품 성능이 더 좋아지는 효과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중국 대형 기술 업체인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을 개발했는데, 새 칩은 기존 칩보다 더 범용성이 높고 다양한 추론 작업을 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지배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등이 자체 AI 칩을 개발했거나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TSMC의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 할당 중인 엔비디아 비중은 2025년 40%에서 2026년 60%로 확대됐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역시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독주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AI 칩 개발과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단기간 내 이를 달성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특히 알리바바의 자체 칩이 미국 제재로 TSMC 파운드리를 사용할 수 없어 저사양 추론 영역에만 국한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종환 교수는 "엔비디아 기술력이 우수해 알리바바의 AI 칩 개발에도 지배구조는 2~3년 정도 더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이 시장을 바꿀 수 있다. GPU를 대체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나와야만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2분기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각각 467억4000만달러(65조1555억원)와 1.05달러(1463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평균 매출 460억6000만달러와 주당 순이익 1.01달러를 살짝 웃도는 수치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상회 폭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월가는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이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난 5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 월가 전망치인 531억4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매출에 H20 칩 중국 수출 물량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중국 H20 판매 건에 대해 합의에 도달하면 매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