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韓 조선·방산에 꼭 필요한 이유는

기술력 좋아도 서구 시장서는 '신입'…지속가능성 확보해야 조선·방산 일자리 창출 이어질 규모…동반성장 선례도 기대

2025-09-03     안광석 기자
한화오션이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내세운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시범운용 모습. (사진제공=한화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손잡고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 도전 중인 가운데 조선·방산업계도 해당 사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업 수주 여부에 따라 추후 조선·방산업계 수년치 일감 및 지속가능성 확보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3일 조선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CPSP 발주처인 캐나다 해군은 오는 2028년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2035년까지 초도함을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2027년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해당 사업은 캐나다 해군의 노후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광활한 해역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북극해 해양안보를 지키는 고성능 잠수함으로 대체하는 내용이다. 캐나다 정부는 최대 12척의 잠수함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데, 잠수함 구매·획득 및 장기 운영·유지보수(MRO) 비용을 모두 포함하기에 규모가 최대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지난 8월 기준으로 한국의 HD현대·한화오션 원팀과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 두 곳이 최종 결선(숏리스트)에 선정된 상태다.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물론, 조선·방산업계가 해당 사업을 크게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K-방산의 선진국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초대형 사업 수주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 ▲국내 방산 생태계 활성화 및 동반성장 모범 선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잠수함 수출을 넘어 K-방산의 기술력을 서방 선진국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수중함(잠수함) 건조 기술력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급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시장 장악력에 있어서는 정확히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거래가 많을 뿐, 유럽과 북미 등 전통적인 방산 강국들이 몰린 서방세계 입장에서는 한국은 이제 막 관련 시장에 진출하려는 신참자다.

유럽에 오래된 선주들이 많아 신규 사업자 접근을 쉽게 허용치 않는 조선업계와 마찬가지로, 서방국가들도 국방력이 걸린 방산사업은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를 선호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2024년에도 원팀으로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에 도전했으나, 결국 독일 TKMS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밀린 바 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세계대전 시절부터 잠수함 종가(宗家)로 알려진 TKMS와 경쟁해야 한다. TKMS는 이번에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12CD급 잠수함을 제안했는데, 해당 모델을 내세운 것은 북극항로 개척 차원에서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북극해역에서의 장기 작전 수행 능력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발주국인 캐나다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안보 동맹 강화 측면에서 한국보다 유리하다.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최신 기술력과 빠른 납기,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TKMS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잠수함 기술력이 독일에서 도입해 이뤄진 만큼 일각에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평도 나오지만, 스펙에서는 현재는 TKMS에 비해 월등한 편이다. 특히 이번에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급 잠수함은 잠항 능력과 항속 거리에서 캐나다 해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 여기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잠수함에 적용해 기존 납축전지 대비 장기간 수중 작전 능력을 강조했다.

한국 조선사들의 납기 내 인도 관행도 캐나다 측에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마저 불안감을 느낀 HD현대와 한화오션은 현지 지사 설립과 현지 기업과의 협력 등으로 캐나다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산업적 이득도 보장하려 하고 있다.

양사가 최종 사업자로 낙찰되면 당장은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 최대 10년간 안정적인 매출과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사업 수주를 계기로 서방국가들로부터 추가적으로 방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물꼬를 트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HD현대와 한화오션은 8조원 규모의 폴란드 노후 잠수함 대체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도 한팀을 이뤄 도전하고 있다. 양사는 물론 이 프로젝트에서도 독일 TKMS는 물론, 프랑스 나발그룹과 스웨덴 코쿰스 등 유수의 글로벌 조선·방산 업체들을 꺾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업은 국내 방산 생태계 활성화 및 동반 성장 여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일괄수주 '턴키(Turn-key)'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잠수함 건조뿐만 아니라 전투체계나 리튬이온 배터리, 소나 등 다양한 기자재 공급이 수반돼야 한다. 이는 곧 HD현대와 한화오션뿐만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LIG넥스원 등 협력 기업들까지 일감을 얻고, 규모가 워낙 크기에 나아가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조선 및 방산 역량 확대를 위해 합병이 결정된 HD현대중공업 울산야드(위)와 HD현대미포조선 야드 전경. (사진제공=HD현대)

추후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행함에 있어 국내 기업 간 모범적 협력모델을 구축했다는 선례도 남길 수 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조선 및 방산 수주를 두고 지난 수십년간 서로 소송까지 불사한 견원지간이다.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주요 사업자 지위를 두고 10년여를 소송전으로 점철시켜 현재도 진척이 지지부진한 것이 그 예다.

이 두 회사가 수십년 쌓인 앙금은 잠시 접어두고 캐나다 잠수함과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 등을 위해 손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서방세계 방산 시장 진출이 국내 조선·방산업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수의 방산업계 관계자는 "조선이나 방산이 지금은 잘 나간다고는 해도 사이클 산업이기에 언제 꺾일지 몰라 유럽 및 북미 시장 진출 의미가 큰 것"이라며 "이를 알기에 한화그룹은 관련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를 총동원하고, HD현대는 노동조합 반발이 예상됨에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 합병을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