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화 시대, 금융 안정 새 좌표 모색해야"
2025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혁신의 속도는 가속화되지만, 리스크 관리의 답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2025 금융안정 컨퍼런스는 비은행금융기관(NBFI)과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금융 지형의 과제를 집중 조명했다.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2025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를 열고, 구조 변화와 불확실성 속 금융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일 방안을 논의했다. 오후 세션에는 비은행금융기관(NBFI)의 역할 확대와 스테이블코인이 집중 논의됐다.
◆비은행금융기관확대, 금융 안정의 '새로운 변수'
오후 첫 발표자로 나선 케네스 강 IMF 전략·정책·검토국 부국장은 비은행금융기관(NBFI)의 확대가 글로벌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금융 시장이 은행 중심의 기존의 구조에서 감독 사각지대가 상대적으로 큰 비은행 부문으로 옮겨가면서, 금융 안정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금융 시장의 현주소를 짚었다.
IMF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일수록 NBFI 확대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며, 글로벌 불확실성에 보다 취약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외국계' NBFI 유입이 특히 두드러진다.
강 부국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각국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고, 이후 긴축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며 "이 과정 역시 자연스럽게 비은행 부문 확대를 촉발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NBFI는 연체율이 높은 기업 차주에도 대출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고용과 투자 확대를 이끌지만, 부채 비율과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책 과제로는 데이터 격차 해소와 유연한 규제를 제언했다. 그는 "비은행금융기관의 구조와 거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려면 데이터 비대칭을 줄여야 하고, 규제는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전통 금융시장으로 확산
이어 발표에 나선 아냐키 알다소로 BIS 금융안정정책 이코노미스트는 스테이블코인의 급격한 성장세를 경고했다. 그는 BIS의 최근 연구를 인용해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최근 2800억달러로 불어났으며, 분기 거래 규모는 3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알다소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필요성을 두 가지 이유에서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도하는 유동성이 단기 국채 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등 전통 금융시장과의 연결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불법 거래와 자금세탁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어, 글로벌 차원의 규제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알다소로는 이어 정책 대응의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약속한 가치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 투명하게 검증하고, 국가별 규제 공백을 해소해 시장 변화에 맞춘 정교한 1:1 대응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 공조를 통해 안전장치(세이프가드)를 도입하고, 규제 과정에서는 반드시 기술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혁신과 안정의 균형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AI와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NBFI의 성장은 금융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동시에 복잡성과 변동성을 키워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킬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알다소로는 "혁신은 멈출 수 없지만,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 공조와 데이터 격차 해소가 금융 안정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