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 확대 박차…참여기관 설득은 '과제'
금융위, 내일 '실손 전산시스템 운영위' 개최…의원·약국까지 전산화 소비자 호평 일색…의료단체·EMR 업체, 비용·비급여 항목 노출 우려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병원과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인정받은 '실손24' 이용처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1년째 지지부진한 의료기관과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업체의 참여를 독려할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일(5일) '실손 전산시스템 운영위'를 개최한다.
이번 위원회는 오는 10월부터 의원과 약국까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실손24)을 적용하는 '실손 전산화 2단계' 시행 전 준비 상황 점검을 위해 열린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지난해 10월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대상으로 1단계가 시행됐고, 오는 10월에는 의원·약국 등 9만6000여개 요양기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달까지 참여한 요양기관은 총 6757곳이다. 이 중 ▲병원이 1045개 ▲보건소가 3564개 ▲의원이 861개 ▲약국이 1287개다.
1단계 참여율은 59.1% 수준이다. 다만 3564 곳의 보건소를 제외하면 의료기관의 참여율은 약 16%에 불과하다. 2단계 참여 대상인 의원·약국 중 선제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기관의 참여율은 2.2%로 매우 낮다.
실손24 사용자인 소비자와 병원 모두 높은 만족도를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의료계는 EMR 시스템과 보험 청구 시스템 연동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권은 이미 보험개발원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 구축 비용을 부담하고, 연간 운영비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용적 부분에 대한 의료 및 EMR 업체의 문제 제기는 지속되고 있다"며 "의무 조항도 없어 기관의 적극적 참여 유도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전산화로 인한 비급여 진료 항목 노출에도 부담을 느낀다.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산정한 도수치료 등 민감한 비급여 진료 가격이 공개되면,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급여 정보 노출 관련 의료계의 우려는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비급여 보고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전산화된 정보를 보험사가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라며 "보험금 지급 역시 약관에 따라 철저한 심사 후 지급되기 때문에 '실손 전산화'로 보험금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진다는 것은 기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실손 운영위'를 통해 서버비와 유지비 인센티브 등 각종 유인책을 제시했다. 다만 일부 의료기관과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해관계자들의 책임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손24를 1차적으로 도입한 상급종합병원은 이미 키오스크 청구 형태로 실손 24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입이 수월했다"며 "의원·약국 사업자에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세심하게 제공하고, 불필요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지속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