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금투업계와 상견례…"모험자본 공급은 책무"

은행·보험·저축은행 간담회 이어 '소비자 보호' 최우선 강조 "불공정거래 '무관용' 원칙'…"생산적 금융 전환 앞장서달라"

2025-09-08     박성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26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대표(CEO)들과의 첫 만남에서 본연의 역할에 책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지금이야말로 자본시장 발전의 중요한 변곡점이고, 시장에 대한 신뢰 확보가 절실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14일 취임한 이 원장이 26일 만에 처음으로 증권·운용사 대표들과 만나는 자리로, 자본시장 발전 방안 및 금융투자업계의 역할을 논의하고, 업계 건의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을 비롯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 26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CEO가 참석했다.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과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도입 후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은 외형적으로 지속 성장해왔다.

지난 2014년 기준 1335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2303조원까지 불어나 10년간 7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 수는 437만명에서 1410만명으로 223% 늘었다. 이 기간 금융투자사는 144개에서 554개까지 285% 증가했으며, 금투사의 총자산은 318조원에서 776조원까지 144% 뛰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그러나 이 원장은 "화려한 외형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과 투자자 편익 제고가 균형감 있게 이루어졌는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금융투자산업은 도전적이고 생산적인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비생산적 영역 투자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사모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 대규모 투자자 피해는 상품의 설계, 판매, 운용 전 과정에서의 문제였으며, 이는 고객 보호보다 단기 성과를 중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정보 불법 이용 등 사익 추구 행위는 금융투자업계의 윤리의식과 내부통제 문화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금융투자업계를 향해 ▲금융투자자 보호 ▲불공정 행위 근절 ▲퇴직연금 시장 신뢰성 제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등의 당부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이 원장은 앞서 열린 은행, 보험, 저축은행 CEO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은 판매를 지양해야 한다"며 "투자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상품설명을 강화해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해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CEO가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로서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내부통제 부서에 실질적 권한과 독립성 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만큼, 시세조종·사기적 부정거래·불법 리딩방 등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이 필요하다"며 "금감원 역시 불공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가입자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가입자 중심의 상품설계, 판매 혁신을 추진해달라"고 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선 금투업계가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금융투자산업은 부동산 PF와 대체투자 등 손쉬운 수익원 위주의 비생산적 투자에 쏠림이 있었다"며 "혁신·벤처기업 등 미래 성장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과감히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공급은 금융투자회사의 '본연의 책무'이며, 정책지원이 전제돼야만 고려하는 '조건부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통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금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제활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기업성장투자집합기구(BDC) 법안 및 종투사 인가 등의 준비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든든한 자금조달 창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및 신기술사업금융업 추가 등록 허용,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기업활동의 효율적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심을 요청했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금융투자업계 스스로가 자본시장이 모험자본 투자 중심으로 적극 전환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며 "구축된 금융상품 제조·판매·운용 프로세스 전반의 조치들을 재점검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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