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계약 취소"…벨기에 펀드 피해자 단체, 긴급 시위 나서
소비자보호 간담회 맞춰 거리로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논의하는 가운데,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2호(벨기에 펀드) 피해자들이 긴급 시위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두고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9일 벨기에 펀드 피해자 단체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긴급 시위를 진행했다. 이번 집회는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간담회' 일정에 맞춰 기획됐다.
피해자들은 "왜 부실 상품 판매를 허용했나", "금융사만 보호하는 금감원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율배상안의 실효성 부족과 금융당국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배상 기준안 자체에 대한 불만이 컸다. 피해자들은 "배상을 해도 분배금 비율이 제외된 방식이라 실제 체감 보상은 크게 줄어든다"며 현행 안대로라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차라리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피해자들은 스스로 확보한 자료도 공개했다.
김수정 벨기에 펀드 피해자 단체 총무는 "판매사와 운용사는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전까지도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나 선순위 대주가 분배금을 선취하면서, 중순위 투자자인 AXA조차 공식적으로 '분배금을 전혀 수령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며 "중순위마저 이렇다면, 후순위인 우리는 말할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화규 벨기에 펀드 피해자 단체 회장은 "최근 입수한 증권신고서에는 위험 설명이 6쪽에 걸쳐 있었지만, 대응 방안은 단 한 장에 불과했고, 심지어 'SPC에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라는 표현까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출범할 금소원에 대해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제도가 생기면 환영이지만, 과거에도 약속은 많았다"는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고, 다른 일부는 "또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전 업권 최고경영진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내부통제위원회 실질화, CCO 독립성 확보, 소비자보호 KPI 설계, 지주회사 차원의 관리 강화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소비자보호 강화는 금융권의 시급한 과제"라며, 금융회사의 충실한 이행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