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표심 잡기용? 정청래, 기후에너지부 유치 공약 '빈말' 전락

환경부 확대 개편 확정…나주 에너지 인프라 경쟁력 '시험대'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시절 호남지역 공약과 '엇갈려' 전문가 "공급 안정·정책 일관성에 우려"…지역은 대안 모색

2025-09-10     양동준 기자
정청래(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당)

[뉴스웍스=양동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호남지역에 약속했던 기후에너지부 설치가 무산되면서 지역사회의 반감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효율성과 정책 일관성을 이유로 환경부 확대 개편을 확정했으나,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전력 공급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다.

7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를 열고 기후에너지부 신설 대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남도의 3년간 유치 노력이 중단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자 정청래 당대표가 후보시절 호남지역에 약속했던 기후에너지부 설치가 무산되면서 지역사회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이 기후에너지부의 전남 유치를 공언한 이후 전남도와 나주시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보유한 나주가 최적지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기후에너지부 독립 신설 대신 환경부 확대 개편 방향을 공식화하자 전남도 관계자들은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남도는 전국 최대 규모인 1176GW(전국의 16%)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주 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한전KDN 등 주요 공기업과 2022년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집적돼 있다. 지난 7월 지정된 3519억원 규모의 국가 에너지산업단지는 2032년까지 1515명의 고용 창출과 3164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8월 10일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정부는 효율적 정책 수행과 위기 대응을 이유로 에너지 정책 일부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력,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경제 관련 부서는 환경부로 이관되고, 자원개발과 원전 수출은 산업부가 맡게 된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정책 일관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강천구 인하대 교수는 "환경부는 규제 기관이고 에너지는 성장이 필요한 분야인데, 분리 운영은 전략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LNG가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전기와 가스를 나누어 관리하면 내년 봄에도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새 부처가 규제와 육성을 동시에 맡아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사회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주시는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와 고급 인력 유입을 기대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민간 투자와 산학 협력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도시에 위치한 13개 이전 공공기관의 집적 효과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남도는 "정부가 신설 대신 기존 부처 개편을 택했지만 정책 방향에 맞춰 대응하겠다"며 "2단계 공공기관 이전과 에너지 클러스터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주시는 2026~2030년 '에너지 수도 2.0'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글로벌 에너지 포럼 개최와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 등 중장기 전략을 마련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 28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에서 열린 광진구·중랑구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나주 거주 시민 A씨는 "민주당이 호남 지역에 대한 특별한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기후에너지부 유치를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새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탠 전남도가 다시 한번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지역 행정 전문가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지역균형발전 정책 패러다임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앙정부의 효율성 논리가 지역의 균형발전 요구를 압도한 만큼, 전남은 기관 이전 경쟁보다 자생적 혁신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과 배치된 만큼 지난 대선때 호남이 보여줬던 표심과 지지율에 걸맞는 정부의 투자와 지지가 이행되어야 한다"며 "공약과 비전은 곧 지역민과의 약속인만큼 이번에 지키지 못한 약속에 걸맞는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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