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급증'에 칼 빼든 이찬진…보험사, 李정부 '편면적 구속' 첫 시험대 오르나
'금융소비자 보호' 방점 찍은 이찬진…'민원 1위' 보험금 분쟁 '주목' 일부 분쟁조정 '무조건적 수용' 요구…보험업계 "정교한 설계 필요"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신임 금융감독원장 선임과 금융소비자보호원 출범이 확정되며 보험업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의 보험금 부지급 관련 지적에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전체 금융 민원 중 보험 관련 민원은 5만3450건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권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보험금 산정·지급 관련 민원이 3만674건에 달해, 보험 약관 관련 소비자와 보험사 간 정보 비대칭성이 유발하는 보험 산업의 고질적인 분쟁 소지가 뚜렷하게 드러난 모습이다.
◆보험 민원 '분쟁 중 소송' 증가세…당국, 분쟁조정 이행 법적 구속력 강화 '방침'
이에 금융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권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편면적 구속력' 법제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액 분쟁 사건에 대해 금감원의 분쟁 조정안을 민원인이 수락하면 금융사가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반드시 조정안을 따라야 하는 제도다.
생·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 민원 관련 분쟁 중인 보험사와 민원인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81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보장 기간이 짧은 손해보험 민원 관련 소 제기가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한 69건으로, 생명보험 관련 소송 제기(12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어 지난해 보험 민원 분쟁 중 소송은 전년 동기(176건) 대비 약 25.6% 증가한 221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생보사가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 보험금 청구가 잦은 건강보험에 집중하며, 보험금 관련 분쟁 소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5.8% 증가한 영향이 컸다.
금융위원회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 처리를 지원하고,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비자 보호를 극대화하기 위해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어, 보험사와 민원 신청인 중 한쪽의 '버티기'로 분쟁 해결이 난항을 겪는 것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제도 공정성·효용성 '우려'…"보험사-소비자간 법적 충돌 심화될 수 있어"
다만 업계에서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시행으로 합리적 사유가 있는 보험금 지급 거절마저 문제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해당 제도 연착륙을 위해서는 분쟁 사례별 '정교한 설계'를 통한 분쟁 조정안 도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 중심 제도의 효용성 문제도 제기된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중 제기한 전체 소송 건수 중 소비자가 제기한 사례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생명보험 관련 분쟁 조정 중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은 6건에 불과하다.
특히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민원인이 수락한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만큼, 보험사가 분쟁조정 신청 전 선제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분쟁조정 신청 전후 보험사가 제기한 소 제기 현황을 보면, 신청 전 72건에 달하는 소송이 신청 후에는 2건으로 급감했다.
즉 편면적 구속력이 부과될 경우 자칫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소송을 남발해 소송 비용 등 양측의 재정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당국의 분쟁조정안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회사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을 넘어 반대급부적으로 보험사의 법적 대응을 더 늘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를 포함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편면적 구속력 제도화를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정기획위에서 국정 과제로 제시된 만큼 금소법상 분쟁 조정 이탈 금지 기준 등 관련 제도를 살펴보고 있다"며 "보험사의 재판 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신속한 분쟁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사례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