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흔드는 규제 태풍…주주환원 제동 걸리나

규제 강화 직격탄…CET1 비율 하락 불가피 상생금융·보이스피싱 배상제 등 추가 비용

2025-09-10     차진형 기자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SC제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ATM기기 모습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국내 은행업종을 둘러싼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상생금융지수 도입, 주담대 위험가중치(RW) 상향,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제 등 연쇄적 규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과징금까지 겹치면서 일부 대형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방안에 따라 수도권 및 규제 지역 2주택자에 대한 LTV가 사실상 0%로 제한됐다.

이와 함께 신규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검토까지 이어지면서 은행권 자기자본비율(CET1)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상상인증권 추정에 따르면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이 신규 취급분에만 적용되더라도 5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평균 0.02~0.0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B금융과 JB금융은 CET1 비율이 각각 0.0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도 은행업계에서 가장 예민하게 바라보는 이슈는 단연 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다. 금융위는 판매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할 방침인데, KB금융의 경우 해당 판매액이 8조2000억원에 달해 최대 50%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KB금융의 지난해 순익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신한금융(1조2000억원), 하나금융(1조원), 우리금융(200억원)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지만, 과징금 현실화 시 주주환원 확대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로 금융지주들이 공통적으로 공언해온 '중간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전략이 제동에 걸릴 수 있다.

법인세와 교육세 인상, 배드뱅크 출자, 국민성장펀드 출연 부담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순익 축소는 불가피하다. 2025년 기준 시중은행은 교육세 인상으로만 1000억원 이상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며, 지방은행도 수백억원 수준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상생금융지수 도입도 은행권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생금융지수는 중소기업 대출 실적과 기술평가 기반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제도지만, 위험가중자산(RWA) 조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CET1 비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제 역시 은행권 수익성에 악재다. 피해 발생 시 은행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뀌면 관련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세부 가이드라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시행 초기에는 은행별 비용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는 규제 리스크와 과징금 변수로 위축되고 있지만, 업종 핵심 모멘텀인 주주환원 확대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금융과 JB금융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추가 자사주 매입을 예고한 상태이며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배당성향 확대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홍콩 ELS 과징금이 현실화될 경우 KB금융 등 일부 대형 금융지주는 중장기 주주환원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업은 이자수익 중심의 펀더멘털보다 주주환원 모멘텀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홍콩 ELS 과징금 규모가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금융과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제 등 규제 강화는 은행권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아 중장기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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