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오명 벗고 '사상 최고치' 경신까지…코스피, 5000 향한 새 시험대
이 대통령, 내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양도세 기준 '50억' 동결 전망 증권가 "다음 관심사 배당소득 분리과세…30% 이하 결정 시 증시에 호재"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박스피'라는 오명을 썼던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가지수 5000'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리스크들이 점차 해소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온 만큼 3300선을 넘어 3500, 4000포인트 등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대세율 하향 논의 결과에 따라 지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4.48포인트(1.67%) 상승한 3314.53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준 코스피의 역대 최고치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지난 2021년 7월 6일 3305.21포인트였다.
장중 기준으로 보더라도 코스피는 3317.77을 터치하면서, 역대 최고치인 지난 2021년 6월 25일(3316.08) 기록도 4년 3개월 만에 넘어섰다.
지난 1989년 3저(저유가·저금리·저환율) 영향에 100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는 2007년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자 2000포인트마저 넘어섰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시기 동학개미 운동이 불자 사상 최초로 3000포인트를 돌파했고, 신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 및 대내외 투자환경 개선 영향에 이날 신기록을 작성했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을 주도한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9045억원) 투자자보다 많은 1조3778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국 상황이 불확실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4월까지 약 5개월간 코스피에서 18조864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증시 부양에 대한 공약이 대거 쏟아지자 5월부터 8월까지 4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 주식 10조8522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의 전고점 경신 소식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최고치 경신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며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오랜 노력의 결실이자 자본시장 역사에 새로운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코스피 최고치 경신은 자본시장을 통한 실물경제로의 자금공급과 국민 자산증식이라는 핵심 기능이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단기적 유동성의 흐름이 아니라, 자산시장 '머니 무브'의 시작이고 특히 부동산 중심의 투자 패턴에서 자본시장으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도 "그동안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3300포인트 부근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코스피가) 신기록을 작성했다"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꾸준한 자금 유입 역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에 대한 정부의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대주주 기준이 현행 '50억원'으로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태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그러나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식시장 투자자와 정치권 등지에서 반대 여론이 제기돼 왔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 제도 개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가 재개된다면, 증시의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등 관세 관련 불확실성과 미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 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소득세율 인하가 지수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정책적 지원이 보편화되는 추세"라며 "한국 정부도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춘다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당소득세 최대세율을 25%로 하향하는 방안까지 논의된다면 한국증시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세법개정 논의 중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라며 "최고세율이 정부안대로 35%로 확정되면 시장의 실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반대로 30% 이하로 결정될 경우 증시에 긍정적 재료로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