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제조업 노사갈등…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촉각'

노조 핵심요구인 정년연장 미합의에 부결 가능성 제기 부결 시 제조업 전반 노사관계 및 사회적 파장 커

2025-09-11     안광석 기자
서울시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조선업계 및 일부 자동차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지속 중인 가운데, 다음 주 실시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올해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에 제조업 노사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현대차 노사 임단협 결과는 다른 완성차 회사는 물론, 타 대기업 임단협까지 영향을 미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정년연장 등 민감한 요구안이 제조업 임단협 쟁점에 포함돼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5일 임단협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모바일로 실시한다. 노조 지도부는 투표를 마감하는 즉시 개표와 함께 결과를 발표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직후 잠정합의안이 나온 만큼, 올해 노조 찬반투표는 시사점이 크다"며 "통상 노사가 임단협 잠정합의를 도출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찬반투표에서 가결되기 마련이지만, 현대차 노조의 핵심 요구안이었던 정년연장이 잠정합의안에 반영되지 못한 올해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일 ▲기본급 1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지급 ▲명절 지원금 및 여름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후 사측이 "잠정합의안에는 미래 생존과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담았다"고 발표한 것처럼, 노조 지도부가 기존 요구안에서 많이 양보한 점이 눈에 띈다. 우선 기본급은 기존 14만1300원 인상에서 10만원으로 줄었고, 호봉승급분 포함 여부도 차이가 있다. 성과급의 경우, 노조는 당초 회사 순이익과 연동된 액수를 요구했으나, 잠정합의안에는 '정액+비율' 개념으로 정리돼 있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이자, 7년만의 파업 이유였던 60세에서 64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인상 등은 합의안에 '협의 지속'으로 기록돼 있거나, 아예 빠졌다. 결과적으로 노조의 기존 요구안이 대부분 관철된 것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 요구 뿐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20~30대 젊은 노조원들의 내부반발을 겪고 있다. 노조원 대다수가 중·장년층인 만큼 임단협 요구안도 이들의 편의 향상에 집중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년 연장 요구가 당장 관철되지 못했다는 것은 찬반투표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대자동차 노조 지도부원들이 지난 8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뉴스1)

기아나 한국지엠, 조선업계 노조 대부분이 아직 파업 중인 만큼, 이번 찬반투표 결과는 제조업 전반의 임단협에도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올해 임단협 합의를 본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제외한 HD현대 등 조선업계 노조 대부분은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것과 임금피크제 폐지 내용을 담은 공동요구안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은 최근 크레인 농성까지 돌입했을 정도다.

기아나 한국지엠 노조도 정년연장과 정년퇴직자 재고용 제도 도입 등을 주장하면서 파업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만약 현대차 노사 잠정합의안이 15일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제조업 곳곳의 노사갈등이 일단락되고 올해 임단협 무분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국내 최대 기업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정년 연장을 관철하지 않았기에, 타노조들의 협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노사갈등은 전체적으로 재점화되고, 추가 파업 가능성은 커진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최근 노조 쟁의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도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 정년연장 문제까지 재조명되면서 다른 대기업 노조의 강경투쟁 노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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