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발목 잡는 조선 노사갈등…HD현대만 심각한 이유는

노조 요구, 노사관계 구조적 문제와 회사경영까지 간섭 마스가 흔들리면 한미동맹도…타산업 협상마저 악영향

2025-09-13     안광석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조원이 지난 10일 울산 야드 내 턴오버크레인에 올라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국내 조선 빅3(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한국과 미국 간 대형 조선업 협력 사업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가운데, HD현대만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어 우려된다.

통상 일감이 많을 때 노조가 파업하면 납기를 제대로 지킬 수 없어, 심하면 해외 선주들의 계약 해지 통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HD현대 노조는 국내 조선업계 맏형 격이기에 삼성중공업이나 한화오션과 같이 참여 중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차질은 물론, 국내 조선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전향적 태도가 없는 한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무기한 파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에는 같은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삼호 및 HD현대미포 노조와도 공동집회를 열어 사측이 임단협 요구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노조 쟁의활동을 보장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나 한화오션 노조가 마스가 프로젝트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 사측과 원만한 임단협 합의를 이룬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조선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이 주요 화두가 됐다는 것은 3사가 똑같지만, 그 요구의 강도와 쟁점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며 "HD현대 노조는 나머지 회사들과 달리 그룹사 공동 교섭과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계열사 간 합병 문제 등 구조적·경영상 문제까지 건드리는 만큼,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본급 인상만 해도 삼성중공업 및 한화오션 노사 잠정합의안에는 호봉승급분을 포함해 12만1000원에서 12만3000원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HD현대 노조는 지난 2024년 회사가 호실적을 낸 데다, 마스가 프로젝트 성사도 노조의 숨은 공로 때문이라고 자처하면서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15만9800원 정액 인상을 요구 중이다.

가장 민감한 정년 연장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추후 법 개정에 따라 협의하기로 잠정합의한 반면, HD현대 노조는 만 64세 정년 연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임단협 등의 교섭 틀도 기존 회사별 교섭이 아닌 HD한국조선해양 산하 계열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공동교섭 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 중이다.

또한 다른 조선사 노조와 달리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을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고 원청 책임을 강하게 촉구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란봉투법에도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도 모자라 사측의 고유 권한까지 자극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승진 거부권을 부여해 줄 것과, 오는 12월 HD현대미포 및 HD현대삼호 합병에 따른 성과금을 미리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이나 격려금 등 일반적인 임협에 무게를 둔 삼성중공업이나 한화오션 노조 요구안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 전경.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 노조의 과격한 쟁의활동이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 조선업계 전체의 생산 사이클과 대외 신뢰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HD현대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로서 미국 해군 함정 건조·유지·보수(MRO) 사업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 파업으로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정적인 공급망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 안정성을 의심받는다. 나아가 마스가 프로젝트 전체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한국 조선업 전체 생태계에도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파업 장기화 시 호황으로 쌓인 수주물량을 제때 소화하기 어려워 한국 조선 납기 신뢰도가 하락해 고객사 이탈을 유발한다. 아울러 신규 인력 유입은 막고 기존 인력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 특히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심화할 경우, 장기적인 인력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업적 계약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중요한 축임을 상기해야 한다"며 "노사가 반목하는 모습을 보여 프로젝트가 흔들리면 한국 정부의 외교적 부담은 물론, 반도체나 자동차 등 타 산업 분야의 대미 협상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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