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 '양도세 논란' 넘었지만…'배당소득·기업 실적·투자자 신뢰' 과제

단기 랠리 후 구조적 과제 해소 없이 '5000시대' 불투명 지속 상승 연료 '세제 개편·실적 개선·신뢰 회복' 필수적

2025-09-14     박성민 기자
지난 10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정은보(앞줄 맨왼쪽) 이사장과 임직원들이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축하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쓴 코스피는 이제 5000포인트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향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코스피의 상승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그러나 100일간의 랠리와 정책 모멘텀만으로는 장기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 코스피가 전고점을 경신할 수 있던 이유와 향후 '주가지수 5000'시대를 위해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직전 거래일인 지난 12일 코스피는 3395.54에 장을 닫으며 전고점 기록을 3일 연속 갈아치웠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코스피 5000' 실현 여부로 향한다. 

그러나 단순한 정책 모멘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양도세 동결이 증시 상승에 불씨를 지폈다면, 추가 상승을 위한 동력은 배당소득 과세 개편과 기업 실적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법개정안 및 상법개정안 관련 이재명 대통령 주요 발언. (자료제공=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양도세 동결'에 증시 '전고점'…'배당소득 과세 개편'에 훈풍 이어갈까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주식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며 "주식시장 활성화가 우리 경제정책의 핵심인데, 대주주 기준 강화로 장애가 생긴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코스피는 3400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증권가의 시선은 이미 다음 과제로 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배당소득 과세 개편이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책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종합과세 최고세율인 49.5%보다는 낮지만, 시장이 기대한 25%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배당소득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돼 고소득자일수록 세 부담이 가중된다. 이는 장기 투자와 배당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배당소득 세율을 낮춘다면, 국내외 투자자 모두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을 25%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며 "향후 랠리의 중심은 주주환원 규모 확대와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 고배당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양도세 동결이 단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면, 배당소득 과세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투자자 저변을 넓힐 카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표지석. (사진=박성민 기자)

◆반도체·자동차 실적 전망 하향…'오천피' 시대 발목 잡나

다만 정책 모멘텀 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수 상승은 결국 거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코스피 5000 시대는 기업 이익 개선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동반돼야 지속 가능하다. 

실제로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10~12일 사흘간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430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의 '불장'이 오래 지속되긴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262개 기업 중 53%에 해당하는 140개사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분기 이미 시장 기대를 밑돈 '어닝 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기존 9조5177억원에서 8조7531억원으로 8% 하향됐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영업이익 추정치가 3개월 전보다 각각 10.4%, 9.5%씩 낮아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도적인 변화는 코스피 지수 하단 재평가에 기여하고 있지만, 지속성과 (증시) 추가 상승은 매크로 환경 호전과 실적 추정치 상향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 역시 "일반적으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은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부담 요인이 커진다"며 "향후 코스피 성과는 실적 개선 지속성과 수급 흐름의 결합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을 기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아현 기자)

◆코스피 5000 도약 "신뢰·실적·정책 '삼박자' 들어맞아야"

한편 투자자 신뢰 회복 역시 중요한 관건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와 잇따른 전산 장애는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귀환과 정책적 불확실성 완화로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외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부담 요소다. 

결국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질적 도약이란 의미를 가진다. 양도세 동결이 첫 단추였다면, 이제는 배당소득 과세 개편, 기업 실적 개선,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은 셈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행정부의 허니문 기간은 사실상 종료됐다"며 "첫 취임 100일 동안 정책 기대감이 시장을 밀어 올렸다면, 앞으로는 실제 성과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더불어 추가 상법 개정 등 정부 정책 기대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증시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분위기가 워낙 좋은 상황"이라며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어 당분간 코스피의 긍정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환경이 우호적으로 풀린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 목표치는 3700"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남은 기간부터 10월 중순까지 국내 증시는 단기 변동성 환경에 직면할 수 있겠으나, 조정이 발생할 경우 조선, 방산, 증권 등 기존 주도주를 중심의 분할 매수를 대응 전략의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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