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합의와 번복 사이…여야 협치, 신뢰부터 세워야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합의는 했지만 지켜내지 못했다."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 파장은 정치권 신뢰의 얇은 밑바닥을 다시 드러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국민의힘과 '기간 연장 배제·인력 최소화'라는 수정안에 합의했지만, 당내 강경파와 정청래 대표의 반발로 하루 만에 무산됐다. 정 대표는 "특검법 핵심은 기간 연장인데 이를 뺀 협상은 수용 불가"라며 재협상을 지시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내부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파열음은 내부만의 일이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합의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뒤집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언론 앞에서까지 공식 발표했던 합의가 하루 만에 무용지물이 되자, 국민의힘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며 민주당의 합의 파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은 원안에 가까운 수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정치권이 스스로 약속의 무게를 깎아내린다는 점이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여야 대표가 대통령과 함께 웃으며 '민생경제협의체' 합의를 내놓던 장면을 국민은 또렷이 기억한다. 그러나 특검법을 둘러싼 합의 번복과 고성은 그 기억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협치가 선언은 요란했지만, 실행은 공허했다는 냉소가 퍼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모든 쟁점을 단번에 풀어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킬 수 있는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 특히 민생·경제 현안처럼 국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작은 성과라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거대 담론의 승패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하루 만에 뒤집히는 합의는 협치가 아니다. 여당은 내부 소통부터 바로 세우고, 야당은 합의의 무게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 신뢰는 큰 구호가 아니라 작은 약속을 지킬 때 비로소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