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안전 사각지대 '여전'
광주 서구·북구 추락사망 계기에도 다단계 하도급·관리 부실 지속 외국인·영세 사업장 위험 집중, 임금체불·예산 집행 부실 겹쳐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 지자체 조례 제정 통한 산재 예방 '제도 보완' 요구
[뉴스웍스=김영환 기자] 광주·전남 건설현장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안전관리 미흡이 반복되며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자 추세가 뚜렷이 개선되지 않았으며, 외국인 노동자와 소규모 현장은 여전히 제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재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간주하고, 기업의 방관·무책임을 근절하겠다"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원·하청 관계 투명화와 발주 단계 안전예산 반영을 지시하고, 대통령 직속 중대재해재발방지위원회를 통해 분기별 정책 이행을 점검하며 불법 하도급·임금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등 강력한 행정·사법 조치를 약속했다.
14일 뉴스웍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7월 광주 서구 주택 신축 현장 승강기 설치 중 추락사망사고, 8월 북구 일곡동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같은 달 순천 레미콘 공장 질식사고 등 중대사고의 공통 배경으로 불법 하도급과 안전조치 미흡이 지목됐다.
국토교통부는 6월 경기도 광주시 역동 지식산업센터 추락사망 사고 이후 현장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고, 광주지방노동청은 모든 건설현장 승강기 및 고소작업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하도급과 안전조치 미흡으로 지목된 서구 승강기 설치 사고는 원청 안전관리자 부재, 설치 플랫폼 안전난간 미설치, 하청 근로자 교육 미실시가 복합돼 발생했다. 북구 일곡동 사고는 개인보호구 미착용, 작업 발판 고정 불량, 현장소장 작업중지 미지시가 원인이었다. 순천 레미콘 공장 사고는 황화수소 농도 측정·환기 미실시와 감시인 미배치가 문제로 지적됐으며 광주지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수사 중이다.
8월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광주·전남 사망자는 154명으로 2022년 48명, 2023년 52명, 2024년 34명, 2025년 상반기 2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5년 2분기 전남 사망자는 1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
전남개발공사는 8월 18~29일 7개 현장을 특별점검해 미등록 업체 사용, 직접시공 의무 위반, 임금·퇴직금 체불 등 법규 위반을 적발했다. 전남개발공사 측은 '불법 하도급이 중대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광주·전남 감사 결과에서도 안전예산 집행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광주시는 2024년 3월 감사에서 전체 안전관리비 25억2700만원 중 1억2100만원(4.8%)이, 전남 5개 구군은 2023년 12월 감사에서 85억1500만원 중 2억500만원(2.4%)이 유용·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은 지역 위험 요인으로 중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7월 기준 광주는 672억원(4400명), 전남은 481억원(6560명)으로 모두 1153억원(1만0960명)에 달했다. 전국 기준 임금체불액은 2022년 1조3472억원, 2023년 1조7845억원, 2024년 2조448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체불 노동자 수는 연평균 9.1% 늘고 체불액은 23.1%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 안전사고도 급증했다. 지역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광주·전남 외국인 사망자는 40명으로 2021년 대비 150% 늘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지역 전체 사망자 중 13.2%를 차지했다. 2025년 7~8월에는 대학 공사현장 추락사, 축산·양식장 감전사, 비계 붕괴 중상 등이 연쇄 발생했다. 언어 장벽과 하청 단계 배치, 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제외가 취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산업재해 사망자의 68.5%가 공사비 50억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했다. 공동 안전관리자 제도 준수율은 50.8%에 그쳤고 단기간 공사 위주 구조가 감독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했다. 8m 이상 도로에 면한 해체공사 시 전도식 대신 절단·분할 해체 의무화를 지자체 조례로 도입할 것, 고층 해체 시 습식절단 시 폐수처리 계획 제출 의무화·비산먼지 억제장치 부착·건식 절단 공법 우선 적용을 명문화할 것, 도로 폭 8~16m 및 높이 8m 이상 해체현장 방음벽 설치 의무화와 중로 이상 도로 접한 해체공사에 시스템비계 사용 의무화 조례 마련을 통해 현장 안전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안전예산이 임시 시설비 등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소규모 현장 전담 점검과 예산 집행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중견 건설사 안전관리팀장 A씨는 "분할 해체 원칙과 시스템비계 의무화, 다국어 안전교육 확대 등 현장 중심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