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소송, 18일 전원합의체서 심리…누가 유리?
SK 지분 부부 공동재산·노태우 비자금 300억 인정 여부 등 핵심 쟁점 2심 판결문 숫자 오류도 '중대한 변수'…법조계 "파기환송 가능성 높아"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대법원 심리가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18일 전원합의체에서 이혼소송 심리를 진행해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심리가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 최 회장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이혼소송을 파기환송한 경우는 2% 미만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3심은 논란의 여지가 적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로 분석된다.
◆SK 지분 '부부 공동재산'으로 봐야 하나…판결문 숫자 오류 '파기환송 가능성' 제기
이혼소송의 쟁점은 ▲SK 지분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것인지 ▲판결문 숫자 오류와 후속 처리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정치자금을 사실로 인정할 것인지 등이다.
우선 SK 지분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봤는지 여부에 따라 1심 판결과 2심 판결 결과가 엇갈렸다.
1심에서는 SK 지분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보지 않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SK 지분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봤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 절반 요구가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주식을 갖게 된 이유가 노 관장과 무관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SK 지분은 최 회장이 1998년 작고한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고, 노 관장과 결혼했든 안했든 상속받을 것이란 것을 누구나 예상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대체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노 관장 측은 결혼과 SK텔레콤 휴대전화 서비스 개시가 함께 이뤄졌기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이 SK텔레콤 성장에 큰 영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1992년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은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으나 정치적 문제로 한 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후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가 추진될 때 공개입찰을 통해 인수했다.
청와대 개입이 결국 제2 이동통신 사업권 반납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가 2011년 6월 9일 선경·유공·대한통신 등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귀사를 제2 이동통신사업 신규 허가법인 대상으로 확정했으나, 대주주인 유공이 대통령과 특수관계임을 이유로 정치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론을 조속히 통일하고 정치사회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유공이 구성 주주를 설득, 사업권을 자진 포기해 사태를 수습하는 데 협조하기 바란다'라는 지시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업권 반납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노 관장과 결혼이 SK텔레콤 성장에 직접적 기여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권을 반납했으므로 사업에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2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했다. 일부 법조계 전문가들은 2심 판결이 "상속·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의 원칙적 배제라는 기존 실무 경향을 과도하게 뒤집었다"는 입장을 보인다.
3심에서 '특유재산 vs 공동재산' 경계가 최대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은 노 관장에게 지나치게 낮은 재산분할 판결이 내려진 데 대해 여성계 반발이 많았던 만큼, 최종 판결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심에서 노 관장에 분할된 재산은 최 회장의 전체 재산 중 1.2%에 그쳐 논란을 키웠다.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이 되면 재산분할이 '1심 판결과 2심 판결의 절충안' 정도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1심, 2심 판결만을 응용하면 절충안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의 명백한 오류'가 대법원판결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2심 재판부는 선고 직후 대한텔레콤(현 SK C&C) 주당 가치를 1998년 기준 100원이 아니라 1000원으로 정정(액면분할 반영 누락)했다. 이 정정으로 선대 회장(최종현)의 공헌 배수는 12→125배로, 최 회장의 공헌 배수는 355→35.6배로 바뀌었다. 선대 회장 기여분이 10배 증가하고, 최 회장의 기여분이 10배로 줄어 들었다.
2심 재판부는 "이는 중간 단계 수치 정정일 뿐, 분할 비율·금액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공헌 배수가 10분의 1로 줄었는데 결과를 그대로 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정 절차의 적법성과 결론 유지의 합리성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판결문 오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한다. 전원합의체에 이혼소송이 회부되면 '파기환송 대상'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 300억’ SK에 유입됐나…공소시효 폐지해 '재산 환수 입법화' 움직임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이 '선경'이라고 적힌 봉투에 들어있는 50억원짜리 약속어음 4장을 제시했는데, 이를 통해 '돈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당초 약속어음 6장이었는데, 4장만 남아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자금이 1990년대 SK의 성장 종잣돈이 됐다는 취지의 정황을 폭넓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손길승 전 SK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석천 전 청와대 부속실장 모두 이 약속 어음에 대해 공통으로 "노 전 대통령 측에서 SK로 300억원이 유입된 일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 측은 이 약속어음은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과 달리 '주겠다'라는 의미만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 압박에 노후 자금 명목으로 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 회장 측에 300억원이 실제로 유입됐다고 해도, 불법 비자금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 측은 재산분할을 더 받기 위해 약속어음을 증거로 내놓았지만, 이로 인해 '비자금 은닉 의혹'이 터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김옥숙 여사가 210억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하고,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에 152억원을 출연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시민단체의 검찰, 국세청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환수 조치가 불가능하지만, 공소시효 지정을 폐지해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 이상이 '노태우 비자금 원금과 수익을 모두 몰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노 관장 측에 2심 판결대로 1조3808억1700만원의 재산분할이 이뤄진다면 '범죄수익 1조3808억원 환수'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300억원이 46배로 크게 불어나 2세·3세로 대물림되는 판결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비자금 환수를 위한 법안들도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독립몰수제 법안'을 발의하고 올해 안에 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독립몰수제는 공소시효 만료 여부와 관계없이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제도다.
5·18기념재단은 또 지난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를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다.
전원합의체 회의에서도 대법관들이 범죄로 얻은 재산을 법이 보호하는 게 맞는지 치열한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부 비판론자들은 '시점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점도 지적한다. 재판부가 실질적 혼인 관계의 파탄을 2019년 무렵으로 보면서도, 재산 형성·증식에 대한 기여는 2024년 시점까지 확장해 산정했다는 것이다. 상고심에서는 '기준시점'이 다시 점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현금 지급 명령 규모가 워낙 커 '지분 담보 대출·지분 매각 등으로 지배력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자산 대부분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또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개인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이혼소송이 진행하는 상황에서 '지분을 현금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 부동산을 팔고, 부족분은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주식 담보대출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지분을 아예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