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연내 ETF 순자산 '100조' 눈앞…'구원투수' 김우석 적중
올해 실적·점유율 나란히 '반등'…'KODEX'로 왕좌 굳히기 운용자산 400조 돌파…해외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과제'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다시 한 번 '상장지수펀드(ETF) 왕좌'를 굳히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면 올해 안으로 운용사 최초 ETF 순자산 100조원이라는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운용은 자사 ETF 브랜드 'KODEX'의 순자산이 90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80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달성한 성과로, 전날 기준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시장 규모가 234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현재 국내 ETF 시장에서 삼성운용의 점유율은 38.3%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3.1%)과 약 5% 내외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자산운용은 미래에셋운용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다. 미래에셋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세워 점유율 격차를 1%대까지 좁히자 업계에서는 '추월 가능성'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삼성운용은 상품 라인업 강화와 리테일 기반 자금 흡수 전략을 통해 다시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삼성운용의 강점은 명확하다. 2002년 첫 선을 보인 'KODEX 200 ETF'는 여전히 국내 주식형 ETF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국민 ETF'로 자리매김했다. 전날 기준 해당 ETF의 시가총액은 7조7176억원으로, 기관 투자자와 개인 모두가 활용하는 대표 지수 추종형 상품이다.
여기에 AI·반도체·이차전지 등 특정 테마를 겨냥한 ETF가 연이어 히트를 치며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최근에는 원자재, 리츠, 글로벌 인프라 등 대체투자 상품군도 강화해 분산투자 수요까지 흡수했다.
채권형 ETF 역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6월 순자산 80조원을 넘어선 이후 KODEX 머니마켓액티브의 순자산은 1조6000억원 이상 불어났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도 수천억원대 자금이 몰렸다. 전통적인 주식형에 더해 채권과 대체투자 ETF까지 성장세가 고르게 이어진 것이 삼성운용의 저력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지난해 말 취임한 김우석 대표의 리더십을 꼽는다. 1969년생인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서 경영·운용을 두루 경험했다. 김 대표는 보험업권에서 쌓은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규모와 수익성의 동반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올해 상반기 삼성운용은 전년 대비 14.55% 늘어난 5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상반기 순이익 역시 22.27% 뛴 516억원을 시현했다. 여기에 지난 12일 기준 총 관리자산(AUM)은 409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AUM이 400조원을 넘어선 것 역시 삼성운용이 최초다. 이는 단순히 ETF 부문 성과에 그치지 않고, 채권·대체투자·연금운용 등 고른 영역에서 균형 잡힌 성장세를 보인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운용은 국내 시장 점유율 수성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에 KODEX ETF를 상장하거나 현지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글로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해외 법인 수나 글로벌 판매망 측면에서는 미래에셋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홍콩, 호주, 중국, 영국, 브라질, 베트남, 인도 등 세계 각국에 현지 법인을 보유 중이다. 반면 삼성운용이 보유한 현지 법인은 홍콩과 런던, 뉴욕 정도다. 따라서 향후 과제는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ETF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 기획과 네트워크 확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삼성자산운용이 '100조 시대'를 연다면 국내 펀드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비교적 적은 해외 거점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업계 최대 운용사로서 앞으로도 투자자에게 더욱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자본시장 발전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ETF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