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손 맞잡은 '맏형' 현대차…기아·모비스 임단협은 '교착'

잠정합의안 52.9% 찬성 가결…모비스는 파업, 기아도 파업 수순 전문가 "현대차 합의안, 그룹 내 계열사 협상 가이드라인 될 것"

2025-09-16     정현준 기자
서울시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차그룹 맏형격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기아와 현대모비스 임단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 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전체 4만2479명 중 3만6208명이 참여해 85.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개표 결과 찬성 1만9166명(52.9%), 반대 1만6950명(46.8%), 무효 92명(0.3%)으로 잠정합의안은 가까스로 가결됐다.

앞서 노사는 지난 9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20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는 상견례 이후 83일 만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일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지급 등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출처=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홈페이지)

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통상임금 확대 적용, 국내 공장 고용안정과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부품 생산 추진,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계획도 담겼다. 다만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은 제외됐으며, 현행 촉탁제(정년 후 1+1년 고용)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6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 공동 안전보건 선언식'에서 최준영(앞줄 왼쪽부터) 기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사장, 하임봉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이 노사 관계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

반면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협상이 교착 상태다.

기아 노조는 지난 11일 5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 절차에 돌입했으며, 오는 19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기아 노조의 요구안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영업이익의 30%(약 3조8031억원) 성과급 배분 ▲특근수당 인상 ▲정년 만 64세 연장 ▲주 4일제 도입 등이다.

노조 측은 쟁의조정 신청 전까지 사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 임단협 타결과는 별개로 독자적으로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오는 22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구성한다.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현재 노조와 사측 간사 간 실무 접촉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한 관계자는 "기존 요구안에 변화는 없다. 회사가 전향적인 안을 내야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며 "쟁의 찬반투표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전 사업장에서 진행되며, 결과는 당일 저녁 6시 전후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경북 경주시 명계3일반산업단지에 차량용 AS 부품 공급을 위한 영남물류센터를 신축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9일과 10일 각각 파업을 벌인 뒤 12일 정상 근무에 복귀했다. 내일까지 전 사업장에서 4시간, 18일과 19일에는 6시간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의 요구안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으로, 현대차 노조가 제시했던 수준과 유사하다. 그러나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00%+1500만원, 주식 17주 지급안을 제시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부품사업부에서 분사할 당시 합의서를 작성했고, 현대차와 동일한 특별성과금 등을 지급하기로 했었다"며 "그 약속이 지난해까지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 임금에서 차등이 발생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현재 현대차 지부 확대 간부들도 모비스 파업에 합류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사측에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사 합의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협상에 '바로미터'로 작용했던 만큼, 향후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대외환경 악화 속에 올해 현대차 노사 협상이 비교적 신속히 마무리됐다"며 "이는 노조가 공멸 위험을 인식해 일정 부분 양보한 결과다. 올해 협상은 현대차 타결안이 계열사 협상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미국 관세 허들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을 노사가 공유했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가 양보한 측면이 크다"며 "기아 역시 정년 연장이나 주 4일제 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만약 수용된다면 향후 그룹 내 협상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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