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학계·노조, 금융당국 조직개편 일제히 '반대'…"당사자 의견 수렴해야"
與, 25일 국회 본회의서 '금소원 신설' 포함 조직개편 처리 유력 윤한홍 "정무위 사전 협의 없어"…관치금융·현장 혼선 우려도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을 두고 금융당국 내부 잡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야당 의원들을 비롯해 학계 전문가들과 금융사 노조 관계자들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오히려 '관치금융'이 심화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17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주관으로 '기재부·금융위 조직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 개선인가, 개악인가'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을 비롯해 강민국 의원, 이용모 건국대 교수, 구민교 서울대 교수, 오창화 금감원팀장 등이 참석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획재정부의 예산권을 국무총리실에 넘길 경우,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그동안 기재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소비쿠폰 사업과 같은 과도한 지출이나 부채 누적형 사업에 제동을 걸어왔다"며 "그러나 이재명 정권은 이런 견제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총리 산하에 별도의 기획예산처를 신설, 예산권을 직접 장악하고 기재부의 통제와 견제를 우회하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총리 권한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고, 재정 운용에 정부적 개입이 늘어나 결국 밀실 쪽지예산 부활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개편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분리했다가 실패한 전례를 무시하고 같은 길을 반복하려는 것"이라며 "금융감독체계 개편 역시 감독 책임은 흐려지고 규제만 늘려 국민과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이해관계자들과 당사자 등 꼭 필요한 분들의 의견 수렴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번 이억원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있었다"며 "청문회 전날 금융위가 없어지는 방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면서 "그렇다면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했더니, 민주당은 금융위 해체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해명을 듣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는데, 그다음 날 바로 '금융위 해체'가 나왔다"면서 "이는 이해관계자를 무시하는 것뿐 아니라 야당을 대화파트너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 조직 개편 중 금융 부분은 대한민국 경제를 받치는 뿌리"라며 "이런 부분을 일방적으로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기본소득법 등 여러 법을 둘러싸고 기재부와 충돌해 온 만큼 그런 인식이 이번 개편안에 발현됐다"면서도 "개인적 동기가 금융감독 독립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면밀히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이번 개편안 구상은 겉모습만 놓고 보면 DJ 정부 당시의 틀과 똑같다"며 "그러나 진정한 핵심은 이러한 재배치가 2025년 대한민국 경제가 처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냐는 것"이라고 했다.
구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에 대한 문제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그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을 산하 공공기관으로 흡수해 사실상 정책과 감독을 결합한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되면, MB정부 당시 정책과 감독을 분리했던, 즉 금융당국의 독립성을 높이려던 노력과 상충된다"고 말했다.
또한 "기재부에서 기획과 예산 기능을 떼어 기획예산처를 신설하는 방안은 재정 정책의 규율을 허물어뜨릴 우려가 크다"면서 "예산 당국이 독립된 기획예산처로 분리될 경우 정치적 압력에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 조직 개편 빈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유독 높다"며 "잦은 조직 개편은 공직 사회에서의 피로와 혼란만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금융사 노조 측에서도 금융당국 조직개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융당국 내 이른바 '4명의 시어머니'를 두는 것을 두고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과중한 규제는 영업 위축과 혁신금융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도 "금융감독원이 두 개로 분리되면 업무가 과중되고, 책임이 회피되고, 업무가 중복되는 등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질 우려가 있다"며 "결국 이같은 행태가 보험회사에게까지 그대로 내려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