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비핵화 포기하면 만남 가능…트럼프와 '좋은 추억'"
김정은 "비핵화 개념 의미 상실…한국과 대면 않겠다"
[뉴스웍스=김아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22일 언급했다.
북한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에 대한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며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는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과 대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한미 군사훈련과 대북 억제력 강화에 대해서 여전히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프리덤 실드'·'아이언 메이스' 등을 언급하며 "더욱이 엄중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이전 정권들이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해 작성한 '핵 작전 지침'이라는 것이 현 정권에 여과 없이 계승되고 그에 따른 핵전쟁 계획이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화한 범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공통 대북 정책인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서 "'비핵화'라는 개념은 이미 그 의미를 상실했다"며 "그들(한미)은 우리와 마주 앉을 수 있는 명분과 기초를 제 손으로 허물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서도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 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핵 보유는 국법이며 우리에게는 국법을 반드시 수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다"라면서 남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한국을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것은 어제, 오늘 갑작스레 내린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을 가장 적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의 역사를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