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자산 공정가치 평가 강화…대체투자펀드, 투자자 신뢰 회복할까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펀드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 제도가 한층 강화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가가 없는 모든 펀드 자산에 대해 연 1회 이상 공정가액 평가가 의무화되고, 부동산·특별자산펀드 등 대체투자펀드의 경우 외부기관 평가가 우선 고려된다. 투자자 보호와 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지만, 업계 부담과 시장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관련 규정이 개정돼 펀드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펀드 운용사들이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통해 형식적으로 취득가액이나 종전 가격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대체투자펀드는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실제 손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체투자펀드 규모는 올해 6월말 기준 345조2000억원으로 전체 펀드의 28%를 차지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18.9%로, 주식형(2.9%)·채권형(10.9%) 펀드를 훌쩍 웃돈다. 부동산펀드는 연평균 20.4%, 특별자산펀드는 17.4% 성장했다. 규모와 영향력은 커졌지만, 평가 체계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번 개정으로 모든 펀드 자산 가운데 시가가 없는 경우 연 1회 이상 공정가액 평가를 의무화했다. 앞으로 1년 내에 반드시 한 차례 이상 평가를 거쳐야 한다. 기존 평가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자산은 3개월 내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대체투자펀드는 외부기관이 제공한 가격을 우선 고려하도록 했다. 다만 외부평가가 불필요하거나 곤란한 자산(재간접펀드, 인프라펀드, 비용이 과도한 경우 등)은 예외를 뒀다. 이 경우 대체평가 방법을 정해 자산운용보고서에 투자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평가 의무 강화는 투자자 보호라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시장 가격이 없는 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자가 투자위험을 보다 명확히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부담도 적지 않다. 외부평가 비용, 절차상 지연, 그리고 평가가격이 현실화되면서 단기적으로 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자산운용사의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에 외부 위원이 포함되도록 모범규준도 개정했다. 금융당국은 제도가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밀착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투자자는 앞으로 펀드 운용보고서에서 외부평가 여부와 대체평가 방식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대체투자펀드 가입자는 외부평가 적용 여부에 따라 자산 가치 산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부정확한 자산평가가 반복될 경우 ‘일벌백계’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개정은 펀드 운용사의 책임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단순히 규제 강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업계 스스로도 투명한 평가 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