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석산 구름다리 '죽음의 다리'에서 '생명 터널'로

2025-09-23     우수한 기자
은봉희 남구의원.

광주광역시 남구 대표적 보행 연결로인 제석산 구름다리. 이 구름다리가 최근 자살 시도 장소로 자주 언급되면서 시민들에게 불안과 공포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연이은 추락사와 극단적 선택 시도가 이어지면서 도시 생태를 잇는 다리가 아닌 생명을 끊는 상징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어 안타깝다. 단순한 개별 사고의 반복이 아니라 도시 공간이 자살명소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단편적인 안전망 설치나 경고 문구 부착, CCTV 설치 등 사후약방문 중심의 조치는 효과의 한계만을 증명해줄 뿐이다. 명백한 행정 사각지대이자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시민 생명권의 위기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오랫동안 자살명소로 알려져 있다. 최근 20년간 연평균 30건의 자살 시도가 있었다. 결국 철망식 방호 펜스와 고강도 감시 체계를 갖추며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자살명소란 그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 아니다.

극단적 선택이 실제로 반복되고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을 때 해당 장소는 선택지로 고착되며 추가 사고를 유발하는 상징적인 위험지대가 된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질문을 해봐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해야 구조를 바꾸겠는가."

"예방보다 중요한 행정은 존재하는가" 이러한 절박한 문제 해법으로 '제석산 구름다리의 터널형 구조로 복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보완이 아니라 심리적·생태적·사회적 안전망을 통합적으로 구축하는 구조적 대안이다.

터널형 복원의 주요 효과는 심리적 접근 차단, 생태 연결 회복, 경관 개선과 유지관리 효율 향상을 들 수 있다. 개방형 구조의 구름다리는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극단적 선택이 쉬운 통로처럼 인식될 수 있다. 반면 터널형 구조는 시야를 차단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심리적 장벽 효과를 갖는다.

생태 연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현 철골 구조는 제석산 일대 녹지를 단절시켜 소형 포유류 이동, 식생 연속성, 토양 미생물 순환을 방해하고 있다. 터널형 구조물 위에 녹화를 적용해 생태통로 기능을 접목할 경우 단절된 생태축 복원에 기여할 수 있다.

경관 개선과 유지관리 효율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터널형 구조는 불법행위 예방, 방범 체계 통합, 기후 대응형 도시디자인 적용 등 다양한 이점을 갖는다.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공공디자인을 접목할 경우 구름다리는 자살 명소가 아닌 생명을 품은 도시 상징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제 남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단순한 대증적 조치가 아닌 선제적·구조적 개입을 통한 생명 보호 행정이 절실하다. '사고 이후 수습'이 아니라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터널형 복원은 그 출발점이자 시민 생명권을 지키는 책임 행정의 실현이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제석산 구름다리가 누구에게도 마지막 선택지가 돼서는 안 되며 '생명을 지키는 구조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은봉희 광주광역시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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