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K-방산의 그늘…수출 못 따라오는 '부품 국산화'

한국형 전투기 'KF-21' 엔진, 국산화율 20% 안팎 유사시 무기체계 운용 차질…정부·민간 역량 총동원

2025-09-24     안광석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작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 복좌형 4호기 시범비행 모습.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방위산업 수출 확대가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항공엔진 등 핵심 기자재 국산화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 방산에 대한 수요나 수출액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6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추후 안정적인 공급망 형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방산 수출액 목표치인 240억달러 달성이 가시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현대로템이 지난 7월 폴란드와의 8조8000억원(약 70억달러) 규모의 ‘K2’ 전차 2차 계약에 성공하면서 목표액의 30%가량을 확보했다.

또한 지난 2024년 체결됐으나, 연기된 94억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들이 올해 수출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아울러 폴란드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방공무기체계) 및 이집트(K-9 자주포), 루마니아(K-9 자주포) 등 다양한 국가들과의 계약 협상이 순조로워 하반기 중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지난 2021년 72억달러에서 2022년 폴란드와의 K2 1차 계약으로 173억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2023년 135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5억달러에 그치는 등 성장세가 꺾였다.

하지만, 올해 역대 최대 수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 진흥전략회의 정례화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통한 방산 기업 전 주기적 금융 지원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현대로템 관계자가 최근 전라남도 장성군 육군 기계화학교를 방문해 'K2' 전차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로템)

그러나 정부의 단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낮은 기자재 국산화율 때문에 수출액을 높여도 차감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특성상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65%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항공기나 유도 무기, 드론 등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은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막대한 개발 비용으로 다른 방산 분야에 비해 국산화가 매우 더디다. 현재 한국형 전투기(KF-21)에 장착되는 엔진의 국산화율은 20% 안팎으로 대부분의 핵심 부품과 기술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당초 면허 생산방식을 통해 해외 기술을 도입한 결과로, 전투기를 수출할 때마다 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국산화율이 낮은 것은 항공기 엔진을 비롯한 첨단 방산 부품과 소재는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성공 확률도 낮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개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이 수입 중인 부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수십년 전부터 검증된 품목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부품을 개발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규제도 문제다. 군사용 부품은 엄격한 품질 및 신뢰성 검증을 거치는데, 과정이 복잡하고 오랜 기간이 소요돼 민간기업 참여 의지를 꺾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약했던 K-방산 지원책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중소·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 목적의 '방산기업 100' 프로젝트 ▲첨단 항공 엔진 개발 등에 착수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천무 다연장로켓' 테스트 발사.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민간기업도 국산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엔진 전 주기 역량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년간 약 2조원을 항공엔진 분야에 투자했다. 이에 더해 향후 14년간 4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KF-21(보라매) 전투기에 탑재되는 F414 엔진의 경우, 4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항공엔진 공장을 완공했다. 무인기 엔진 개발 부문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와 협력해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 개발을 2028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항공 엔진 개발을 위해 같은해까지 500명 이상의 인력도 충원할 방침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전투기 엔진이나 레이더 등 첨단 무기체계 핵심 부품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면 유사 시 해당 국가의 수출 통제나 제재로 무기체계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서방 방산강국들은 자국산 핵심 부품이 포함된 무기체계 수출을 제한하거나, 수출 대상국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 중”이라며 “부품을 국산화하면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환율 변동이나 물류비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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