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1400원대 재진입…"연준·대미 투자 불확실성 겹쳐"
강달러 기조 속 원화 약세 지속 해외 자금 유출이 환율 상방 압력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섰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데다, 대미 투자 협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5원 오른 1403.0원으로 출발했다. 이는 달러 강세와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환율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열린 경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은 단기적으로 상방으로 기울어 있고, 고용은 하방 위험으로 기울어 있다"며 물가 압력과 고용 둔화를 동시에 지적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가 "다소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했지만,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시장의 기대를 꺾었다.
여기에 대미 투자 협상 문제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은 합의를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현재 미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투자 양해각서(MOU)를 조건으로 자동차 관세 인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율을 25%로 되돌리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다만 전날(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 한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협상 문제를 직접 논의하면서 돌파구 마련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이 투자 패키지는 경제적·상업적 합리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며 "베센트 장관이 이를 경청한 만큼 향후 협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이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김서재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일부 되돌려지며 달러가 상승했고, 이에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웃돌았다"며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연준 발언과 대미 투자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상방 압력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속에서도 해외투자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대미 투자 펀드가 직접투자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매년 1000억달러 이상 신규 달러 수요가 발생해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한미 통화스왑 등 대체 자금 조달 방안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관계자는 "강달러와 위험회피 심리가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1400원대 재진입 구간에서는 수출업체 매도 물량이 유입돼 상단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며 "이날 환율은 1398~1407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