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에 '美 추방사태'까지…현대엔지니어링, 국감 중심에 설까

2025-09-25     원성훈 기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이 최근 조지아주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하고 있다. (출처=ICE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다음달 개최 예정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낸 기업의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현대엔지니어링은 증인 출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달 13일부터 본격 시작될 국감에서 잇따른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

올해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 사고로 대형 인명 피해(사망 4명, 부상 6명)가 일어났다. 사고 원인은 ‘전도 방지 장치(스크류잭) 임의 해체’와 ‘안전 미인증 후방 런처 이동’으로 지목됐으며, 국토교통부는 이를 '중대 부실시공'으로 규정했다. 

이어 3월 평택 주택공사 현장 추락 사고(사망 1명)와 아산 오피스텔 공사 현장 사고(사망 1명)로 올해 총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 사망자만 6명에 달했다. 지난 3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주우정 대표가 출석해 해당 사고에 대해 사과한 바 있지만, 국감에서는 더욱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출입국 및 비자 정책 전반을 감독하는 법제사법위원회도 이번 국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대규모 이민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추방된 사건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아메리카는 해당 공장 건설의 총괄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단기방문비자(ESTA·B1·B2)로 투입된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업체 직원 60여 명이 체포·추방됐다. 당시 미 연방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는 현대엔지니어링 아메리카 사무실에서 관련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다수의 한국인이 해외에서 구금되고 추방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적법 절차 준수 여부와 인력 운영 상황 등을 국감에서 따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 14일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건설사 간담회에서 김주영(왼쪽 네 번째) 민주당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다른 토론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김주영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건설업의 경우 전체 산재의 절반 가까이 차지고 있는 탓에 이번 국감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강도 높은 질의와 문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국회는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의 3% 과징금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비롯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최근 25건에 달하는 건설 관련 규제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다른 기업도 소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8월 4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미얀마 국적의 30대 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8월 8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DL건설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도 재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가 낙하물방지망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총 113명으로 나타났다. 매년 약 22명씩 사망한 셈이다. 이 기간 중대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대우건설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건설(19명) ▲HDC현대산업개발(18명) ▲현대엔지니어링(14명) ▲포스코이앤씨(13명) 순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단장인 김주영 의원은 이 같은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최근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안전 관련 간담회에서 "여전히 현장에서는 40년 전과 동일한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산재 사고의 절반이 건설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현장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TF에서는 정부와 함께 건설업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한 간담회에서 "작년 한 해에만 600여 명의 노동자 분들이 출근해서 퇴근하지 못했다"며 "세계 최고의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 K-컬쳐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7000여 개 건설현장을 포함한 2만6000개 사업장에 산업안전감독관 전원이 2인 1조 특공대가 돼 불시점검을 하고 있다"며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토록 하고, 시정하지 않는 경우 예외 없이 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관계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해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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