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노조 "임금·성과급도 서열화…10%씩 적어지는 계단식 구조"
사측, 기본급 10만원 인상 제시…노조, 현대차와의 격차 거부 "실적 따라 차등 불가피" vs "완성차와 동일 수준 보장" 팽팽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가 지난 16일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지만, 현대모비스 노사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전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26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을 선언하고,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본사 앞에서 전 조합원 상경 투쟁을 벌였다. 주최 측 추산 1800여 명이 집결해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성과급을 보장하라"며 성과급 차별을 규탄했다.
올해 현대차 노사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50%+1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여기에 통상임금 확대 적용, 국내 공장 고용안정과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부품 생산 추진,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계획도 포함됐다. 다만 노조가 요구했던 정년 연장은 반영되지 않았고, 기존 촉탁제(정년 후 1+1년 고용)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모비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400%+1550만원, 주식 17주 지급안을 제시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현대차와 비교해 약 300만원 차이가 난다며 같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양사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살펴보면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규모는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나 성과급 차별 지급을 둘러싼 갈등은 반복되어 왔다.
2022년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9만8000원 인상 ▲성과급 200%+40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150만원 ▲특별 격려 주식 20주 등에 합의했다. 이는 역대 첫 4년 연속 무분규 합의로, 국내경제 회복과 협력사 생산 차질 방지에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모비스도 유사한 수준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이후 평생사원증 지급과 차량 구매 시 소득세 지원 등 복지 확대 요구로 갈등을 빚었다.
다음 해인 2023년에는 현대차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1050만원 ▲주식 15주 ▲재래시장상품권 25만원 지급 등 역대 최대 수준의 보상안을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도 하루 뒤 같은 수준의 합의안을 발표했으나, 문제는 특별 성과급에서 발생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400만원을 지급한 반면, 현대모비스는 300만원에 그쳤다. 사측은 이를 '일회성 특별격려금'이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2000년 분사 당시 현대차와 동일 대우를 약속받았다"면서 반발했다. 결국 추가 격려금 100만원을 합의안에 포함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작년에도 상황은 반복됐다.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성과급 400%+1000만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주식 5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500만원+주식 20주 등을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도 비슷한 규모의 합의안을 내놨지만 동일하지는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의 97% 수준으로, 나머지는 주식 리워드로 보상받았다. 하지만 노조는 리워드 방식이 일시적인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이에 올해는 이를 거부하고 완성차와 동일한 수준을 요구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완성차라는 이유로 임금 구조상 그룹 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그 아래 계열사들은 10% 적어지는 '계단식 구조'로 맞춰져 있다"며 "이번에는 그 구조 자체를 깨고 동일한 대우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과거에는 '2사 1노 체계'에 따라 현대차와 동일하게 타결됐지만, 최근에는 각 사의 실적과 경영환경이 달라 상황과 여건에 맞는 지급 방식을 합의하려는 것"이라며 "현재 노조와 분리 교섭을 통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 노조도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 1500여 명이 오전·오후 교대로 각각 6시간씩 파업에 참여했으며,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현대모비스 노조에 따르면 모트라스 노조는 현대차 합의안의 80% 수준을 요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