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예상보다 9년 빠른데"…노후 걱정 없는 국민은 '5명 중 1명'
KB금융, 은퇴 리스크 경고…'골든라이프' 해법 제시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국민 대다수가 노후 준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답한 가구는 20%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균 48세부터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시작하지만, 은퇴 시점은 예상보다 9년 빨리 찾아오면서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KB금융지주가 28일 발표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는 한국인의 은퇴 준비 현주소와 인식의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KB금융이 2017년 이후 네 번째 발간한 것으로 ▲노후생활 준비와 인식 ▲경제적 준비 ▲한국 vs 글로벌 비교 ▲부동산 자산 활용 ▲거주지 인식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 등 6개 주제를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행복한 노후를 위한 최우선 요소로 건강(48.6%)과 경제력(26.3%)을 꼽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건강의 중요성 인식이 크게 높아졌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경제적 준비가 가장 부족했다.
노후준비 필요성에 공감한 비율은 77.8%였으나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응답은 19.1%에 불과했다. 평균 은퇴 희망 연령은 65세로, 현실은 9년 앞당겨진 56세에서 은퇴가 이뤄지고 있었다. 준비할 시간은 짧아지고, 노후 기간은 길어지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한국 가구가 생각하는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350만원. 그러나 실제 조달 가능한 금액은 230만원으로 65.7% 수준에 그쳤다. 이는 최소생활비로 잡은 248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다.
응답자 대부분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 등 연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부동산 자산 활용에 대한 적극성은 여전히 낮았다.
한국인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했다. 하지만 노후자금 활용은 제한적이다. 주택연금은 응답자의 92.2%가 인지하고 있었으나, 실제 가입 의향은 32.3%에 그쳤다. 주택 다운사이징 의향은 59.7%로, 시기는 70대 이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즉, 부동산을 노후 대비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동 전환은 더디다는 분석이다. 현금 흐름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가 두드러진 셈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장수 문해력 보고서와 비교하면 한국의 특수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은퇴가 기대되며 재정적으로도 잘 준비돼 있다'는 응답이 34%였던 반면 한국은 11%에 그쳤다.
한국인은 '지금은 은퇴보다 더 걱정할 일이 많다'(24.4%)거나 '아직 먼 얘기라 생각해본 적 없다'(20.0%)는 응답이 글로벌 평균의 두세 배에 달했다. 현재 생계나 생활 문제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다. 익숙한 동네에서 독립적이고 안전하게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에 동의한 한국인은 80.4%로, 2023년 대비 14.3%포인트 늘었다. 응답자들은 의료시설, 교통, 공원·쇼핑 인프라가 갖춰진 도보 30분 내 동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부장은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지만, 노후 경제적 준비 수준은 여전히 낮다"며 "이번 보고서가 개인에게는 현실적인 은퇴 가이드북, 사회적으로는 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