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큰 수술 마친 '카카오톡'…이용자들 "수술 망한 듯" 악평

2025-09-26     박광하 기자
카카오톡 로고. (출처=카카오톡 사이트)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카카오가 15년 만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자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혹평이 퍼지며 "절대 업데이트하지 마라"라는 권고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다음 포털이 자사 이메일 서비스에 '온라인우표제'를 도입하려다 경쟁 서비스에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것처럼, 이번 개편이 카카오톡 점유율에 비가역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카카오는 23일 경기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이프 카카오 25' 행사를 열고 카카오톡 개편 성과를 공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친구·프로필 영역이 인스타그램처럼 피드화 된 것이다. 직접 사용해 본 이용자들은 "진짜 최악이다", "끔찍해졌다"라는 후기를 올리며 자동 업데이트 해제 방법을 공유했다.

한 네티즌은 "안 친한 친구, 업무용 연락처 프로필 변동 내역이 친구 탭 화면 가득 표시돼 피로감을 느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다른 네티즌 또한 "피드 중간에 친구 게시글과 동일한 크기로 광고가 나오는 것도 억지로 봐야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업무용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불편함의 정도는 더 높다.

온라인상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방법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치면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법'이 나온다"는 '팁'이 퍼지고 있다. 카카오의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라온 카카오톡 개편 소개 영상은 댓글을 달 수 없도록 막힌 상태다.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이번 개편에 대해 자신도 바라지 않았던 것이라고 자백한 글도 화제다. 직장인 대상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최근 카카오 직원 인증을 한 이용자가 "기획자·디자이너, 임원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개발했다"며 "우리가 하고 싶어서 만든 게 아니다"라는 글을 게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비난은 (개편을 결정한) 위에 해야지, 개발자 탓을 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다음 '온라인우표제' 참사 재연될까

이번 사태는 2002년 다음이 도입한 '온라인우표제'를 연상시킨다. 당시 다음은 스팸메일을 막기 위해 메일을 대량으로 발송하는 업체들에 건당 최고 10원의 온라인 우표를 구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한메일 수신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메일 발송이 어려워지자, 결국 대부분의 회원제 웹사이트들이 회원 가입 시 한메일을 배제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결국 온라인 우표제 도입 시도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다음은 2005년 6월 온라인 우표제를 폐지했지만, 추락을 멈출 수 없었다. 온라인 우표제 철회 이후에도 가입자 이메일 입력에서 한메일을 입력할 수 없도록 거부하는 웹사이트가 적지 않았다. 이 사건은 IT 업계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실수' 중 하나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다음은 포털 시장에서 몰락했다. 다음은 지난달 말 국내 포털 점유율이 4.32%에 불과했다. 네이버(57.87%)나 구글(33.13%)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2014년 카카오와의 합병을 통해 기대한 시너지 효과도 없었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카카오의 인터넷 포털 '다음' 모바일앱 이용자는 814만명으로 전년 동기(887만명)보다 8.2%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카카오는 정부의 '국가대표 AI'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제외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을 선정했다. 반면 카카오, KT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자체 AI 모델 개발 대신 외국 기업인 오픈AI와 협력한다는 전략을 밝힌 것이 정부의 '소버린 AI' 방침과 어긋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IT 업계는 다음 포털 점유율 추락과 국가대표 AI 사업 예선 탈락에 이은 카카오톡 개편 실패가 카카오 플랫폼 제국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카카오톡 이용자 이탈 시 카카오톡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이 함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톡으로 할 수 있는 카카오 서비스는 광범위하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에서 게임·음악·쇼핑·결제·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으로 변신해 왔다.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 멜론, 카카오쇼핑,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채널, 카카오맵 등이 모두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2019년 9월 기준 3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매월 2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찾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2019년 1분기 10조6000억원, 2분기 11조4000억원, 3분기 12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계속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2017년 기준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흔들리면 이와 연계된 모든 서비스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같은 금융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 기반이 축소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카카오톡 개편을 비판하는 게시물.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체류시간 증가 기대했지만…현실은 정반대

카카오는 이번 개편으로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체류시간 20% 증가와 매출 확대 등을 기대했지만, 개편 초기 시장의 반응은 상당부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을 통해 여러 효과를 노렸다. 먼저 사용자 체류시간 확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연내 카카오톡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20% 이상 확대하겠다"며 "트래픽 증가와 수익화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의 체류시간은 시간이 갈 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021년 822분에서 2024년 731분으로 약 11% 감소했다. 이번 개편으로 체류시간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마저 쏟아진다.

반면 카카오톡이 개편에 참조한 것으로 알려진 인스타그램은 2023년부터 카카오톡을 앞서기 시작, 최근에는 1인당 월평균 989분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는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식 피드형으로 개편하고 숏폼 탭을 신설해 체류시간을 늘리려고 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광고 매출 확대도 개편의 중요한 이유다. 증권가에선 카카오톡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20% 이상 매출 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KB증권은 내년 카카오 톡비즈 부문 매출액 성장률이 22.5%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친구탭 개편을 통해 트래픽이 증가하면 광고 비딩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며, 선물하기 총거래액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카카오톡이 부족했던 광고 슬롯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석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족했던 광고 슬롯을 확장하고 인플루언서들의 수익 배분구조를 마련해 유저 체류시간 증가가 기대된다"고 했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도 "숏폼 탭은 릴스나 숏츠처럼 트래픽 체류시간이 길어질수록 트래픽 규모와 가격 모두 상승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카카오 주가는 개편 발표 직후 6% 이상 급락했다.

네티즌들은 "목표주가나 매수 의견대로 주가가 움직인다면 주식으로 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증권가의 긍정적 전망을 불신했다. 카카오 주가는 26일 장중 6만원선이 붕괴되며 5% 넘게 급락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카카오가 이번 논란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 이용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프카카오 키노트 세션 후 기자실에서 "업데이트 후 일부 이용자의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또 "수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해 많은 변화를 선보였는데 일부 기능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편리하고 자유로운 대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폰트 하나만 바뀌어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편리하고 자유로운 대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런 답변은 온라인상에서 더 큰 비판을 불러왔다. 한 네티즌은 "열심히 했으니까 그냥 적응하라는 식으로 이용자들과 기싸움하려 든다"고 비판했고, 다른 네티즌은 "불편이 있으면 쾌적이 아니다"라며 정 대표의 대답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카카오톡 점유율이 떨어질 경우 애국심 마케팅을 할 것이라는 미래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터지면서 국산 SW, IT 업계가 무너져 내리던 시절 국내 기업들이 애국심 마케팅을 하던 것처럼, 카카오 또한 위기 시에 외산 메신저가 한국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텔레그램이나 라인 등에 밀리기 시작하면 '국산 메신저 지키기' 같은 프레임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이런 방식은 근본적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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