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 넘는 고소득자, 주담대 소득공제 870억…제도의 역진성 '도마 위'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연봉 2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들이 지난해만 87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보다 많은 공제액으로, '서민 주거비 지원 제도'가 고소득자에게 과잉 혜택을 제공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귀속분 기준 연간 근로소득 2억원 초과자가 1만4380명이었고, 이들이 받은 주담대 소득공제 규모는 870억원이다. 전년(725억원)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주담대 소득공제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연간 상환이자의 최대 2000만원까지 과세소득에서 빼주는 제도다.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공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연봉 1억원 초과 근로자 22만명은 총 1조575억원의 공제를 받았다. 1인당 평균 487만원으로, 전체 평균(389만원)보다 25% 많았다. 특히 연봉 10억원을 초과한 129명은 1인당 798만원을 공제받아 연봉 7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1인당 공제액(361만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전세대출 소득공제도 비슷한 흐름이다. 2023년 기준 전세대출 공제를 받은 사람은 109만명, 총 공제 규모는 2조4155억원이다. 1인당 평균 221만원이다. 이 가운데 연봉 1억원 초과자는 6만4430명으로, 총 2194억원을 공제받았다. 1인당 341만원으로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돈다. 연봉 10억원 초과자 35명도 전세대출 소득공제로 1인당 393만원의 혜택을 누렸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소득 제한이 없다는 제도적 허점으로, 고소득자 맞춤형 감세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월세 세액공제는 조건이 까다롭다.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근로자만 가능하고, 공제율도 월세액의 15~17%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 월세 세액공제를 받은 사람은 77만6393명, 1인당 평균 공제액은 40만원에 머물렀다.
결국 월세 거주자가 대다수인 청년·무주택 서민층은 혜택이 제한적인 반면 자산·소득이 충분한 고소득층이 오히려 더 큰 세제 혜택을 받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안도걸 의원은 "주담대와 전세대출 소득공제는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고소득자가 더 큰 혜택을 보고 있다"며 "과잉 지원을 조정하고, 오히려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