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교수 "국정자원 화재, 침착한 원인 분석·현장 목소리 청취할 때"

2025-09-30     박광하 기자
27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소실된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반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 26일 화재가 발생해 정부 시스템이 무더기로 마비됐다. 이번 사고를 두고 현장 담당자들에 대한 비난보다 복구 격려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발견된다.

한동수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불이 났을 때 소방대원을 욕하면 안 되듯, 복구 작업에 힘쓰는 현장 담당자들을 격려해야 한다"며 민간 데이터센터 수준으로 시설을 개선할 것과 현장 의견 수렴 체계 강화를 제안했다.

◆복구 담당자 격려가 먼저…"소방대원 욕해서야 되겠나"

26일 오후 8시 15분 대전 국정자원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중단됐다.

한동수 교수는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불이 났다고 해서 소방대원들을 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자원 현장 담당자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복구를 진행하면서 사고 원인을 침착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재발 방지책 마련에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문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한 교수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교수는 "자문위원 중 국정자원 업무나 시스템 전체를 꿰뚫고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며 "각각이 자기가 알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자문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자문위원이라고 하더라고 신처럼 하늘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면서 조언을 할 수는 없다"며 "그보다는 현장 담당자의 의견을 듣고 (정책 수립, 예산 편성 시 관련 기관에) 전달해줄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현장에서 '시설이 낙후됐으니 교체할 때가 됐다'는 얘기를 꺼내면 색안경을 끼고 예산 낭비가 아닌가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쪽 저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하는데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가 묵살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한동수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사진제공=카이스트)

◆민간 수준으로 현대화 시급…공공은 예산 부족이 발목 잡아

한 교수는 국정자원과 민간 데이터센터의 시설 차이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세계아이앤씨 사외이사로 재직 당시 김포에 있는 신세계 데이터센터를 본 경험을 언급하면서 국정자원의 인프라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자원의 경우 "민간 시설과 비교했을 때 냉방이나 여러 가지 안전 장치, 화재에 대한 대비 등에서 업데이트가 되지 못한 부분이 발견된다"면서 "교체해야 할 예전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정부, 국회에서 신세계아이앤씨의 데이터센터와 국정자원을 살펴보면 금방 비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2019년 경기도 김포시에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를 구축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전력공급 이중화, 24시간 종합상황실 운영, 배터리 모듈 주수소화함, 오프가스 자동차단 시스템 등 최신 안전 설비를 갖췄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 같은 화재 예방 시스템 구축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 창의안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민간과 공공의 차이를 예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민간의 경우 사고가 나면 엄청난 손실로 온다"며 "(사고 시) 트랜잭션이 다 정지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2중 3중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민간에서는 철저한 대비를 하는 만큼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면서 "공공 분야의 경우 적정 비용으로 적정 기술을 도입하자는 원칙 때문에 민간의 최신 설비를 바로 도입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에서 재해복구(DR) 대책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하고, 필요한 것들을 너무 늦지 않게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탓을 할 게 아니라 건설적인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민간 수준의 시설 현대화와 현장 의견 수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소된 96개 시스템을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해 복구할 계획이다. 복구에는 약 4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데이터센터 이원화, 재해복구 체계 구축, 노후 설비 교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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