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반도체 '대전환'…삼성·SK, 오픈AI '700조 프로젝트' 파트너 낙점
삼성·SK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 핵심 분야 협력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과 SK그룹이 오픈AI와 손잡고 미국에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한다. AI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대규모 공급은 물론,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구축, 운영까지 협력할 예정이어서 한국 AI·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1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연이어 회동하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두 그룹이 참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약(LOI 및 MOU)을 체결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를 주축으로 오라클·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술·투자 기업들이 총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입해 초대형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협약은 지난 2월 두 회장과 올트먼 CEO가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8개월 만에 맺은 결실이다.
이번에 삼성과 SK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선정된 것은 양 그룹이 글로벌 AI 생태계에 본격 합류했다는 의미를 넘어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까지 가시화한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삼성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등 전방위적인 AI 인프라 구축 협력을 골자로 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참여사는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4개사다.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HBM 공급을 담당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웨이퍼 기준 월 90만매에 달하는 규모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전 세계 HBM 생산능력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삼성SDS는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의 ▲설계 ▲구축 ▲운영 분야에서 협력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AI 데이터센터의 진보와 발전을 위해 오픈AI와 협업하고, 플로팅(Floating)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플로팅 데이터센터는 해상에 설치하는 첨단 데이터센터로, 육지에 설치할 때보다 공간 제약이 적고 열 냉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부유식 발전설비, 관제센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같은 날 SK그룹은 오픈AI와 메모리 공급 의향서(Memory Supply LOI)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B2C·B2B AI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나아가 차세대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솔루션의 시범 운용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파트너로 참여한다. 또한 오픈AI의 AI 가속기(GPU) 확보 전략 실현을 적극 협력하는 한편, 양사 간 협업 역시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AI와 MOU를 체결하고, 한국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해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그룹인 삼성과 SK가 오픈AI와 손을 잡으면서 국내 AI 및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됐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에 돌입한 시점에서 스타게이트라는 호재가 터진 것은 한국이 해당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약은 구속력은 없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62%를 장악한 최강자인 데다가,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가진 곳이다. 이 두 기업을 제외하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테슬라와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오픈AI까지 가세함에 따라 반도체 사업의 부진 만회는 물론,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6시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 올트먼 CEO 접견에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AI 확산은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고 반도체는 삼성과 SK가 글로벌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만큼, 세 기업이 체결한 스타게이트 메모리 반도체 공급 파트너십 LOI는 글로벌 시장을 이끌 상생의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과 SK가 오픈AI와 함께 글로벌 AI 확산의 핵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