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피해 대응…제도 강화됐지만 '현장 혼란' 여전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불법사금융의 피해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개정 대부업법을 시행하며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화' 등 강력한 보호장치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채무자의 불안을 틈탄 불법 추심과 초고금리 대부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7월 대부업법 시행 이후 두 달 동안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상담은 3652건을 기록했다.
시행 전보다 33% 늘어난 수치로 제도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불법 관행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책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여실히 드러난다.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신청은 668명으로 22.6% 증가했으며, 불법대부계약 무효소송 상담 신청도 37.8% 급증했다.
이는 개정법이 반사회적 대부계약을 원천 무효화하고, 초고금리 계약에 대해선 원금과 이자 모두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한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피해 사례가 공개되면서 "이제야 구제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와 동시에 신고·상담 건수도 함께 불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문의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불법 추심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다.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제도를 신청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불법 추심 전부를 대리한다. 최근에는 불법사금융업자에게 경고 공문을 보내 추심을 중단시키는 조치도 시행되고 있다.
SNS에 개인정보가 유포된 경우도 문의가 많았다. 대부업자가 차용증 사진이나 음성 파일을 온라인에 올려 채무자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금융감독원에 URL과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차단 절차가 진행된다.
이미 갚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개정법은 연이율 60%를 초과한 초고금리 계약뿐 아니라 불법 대부계약 전반을 무효로 본다. 실제로 지난 5월 법원은 890만원의 원리금 반환과 2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고, 유사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계약서가 SNS 메시지나 자필 차용증뿐일 경우 효력이 있는지도 문의가 많았다. 현행법은 이를 모두 증거자료로 인정한다. 문자 기록, 계좌 이체 내역 등도 입증 자료가 된다.
계약 당시 '지인 추심 동의', '개인정보 공개 동의' 같은 특약에 서명했어도 무효다. 대부업법과 민법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특약은 무효로 본다. 피해자는 이행 의무가 전혀 없다.
피해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이자율 계산이다. 불법사금융업자들은 짧은 상환 기간을 악용해 합법이라고 속인다. 그러나 예컨대 25만원을 빌리고 10일 뒤 40만원을 갚는 경우, 연 환산 이자율은 무려 2190%에 달한다. 피상적으로 계산하면 20% 합법 대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지킴이' 사이트에서 일자별 거래내역을 입력하면 연이자율을 자동 계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법 시행을 '사람 살리는 금융'으로 규정한다. 특히 불법계약 무효소송을 통한 원금·이자 반환 판결이 이어지면서, 피해 차단을 넘어 회복 단계까지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제도 홍보와 실제 현장 대응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가 존재한다. 신고·상담 채널이 마련돼 있지만, 취약계층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여전히 불법사금융의 덫에 걸리고 있다.
불법사금융 척결은 '적발-제재'에만 그칠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심리적 충격,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까지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범위를 확대하고, 법률·심리 상담까지 통합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