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한계·부실기업에 3.9조…'잠재부실' 경고등 켜졌다

6년간 부실채권 2조8000억 발생·연체율 반등…"정책금융기관 리스크 진단 시급"

2025-10-10     차진형 기자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수출입은행)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수출입은행이 여신을 운용 중인 한계·부실기업의 대출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수출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한계·부실기업은 총 141곳으로 여신 잔액이 3조9026억원에 달했다. 이 중 대기업이 2조4455억원, 중견기업 1조2853억원, 중소기업 171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계 기업에 4조원 가까이 투입된 것도 문제지만, 대출 규모의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쏠린 것도 우려스럽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의 자금 수요를 떠안는 과정이 반복되며, 정책금융의 한계기업 보호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기업 중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곳은 87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회생절차 23곳, 워크아웃 6곳, 자율협약 2곳, 파산 6곳 등으로 여전히 재무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은 채 은행 여신 구조 안에 포함돼 있다.

건전성 지표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8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조2213억원, 비율은 0.89%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발생액은 총 2조8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1조190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지만, 2023년에도 6668억원이 새로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 기준 114억원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연체율 역시 반등했다. 2021년 1.39%(연체액 1조759억원)였던 수치는 2023년 0.40%까지 낮아졌으나, 올해 8월 말 기준 0.53%(4659억원)로 다시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수출기업의 자금 부담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성훈 의원은 "과도한 한계기업 여신과 연체율 반등은 잠재적 부실 확대의 신호"라며 "선제적 리스크 진단과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이 경기침체기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속적 부실 누적은 오히려 민간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금융기관의 대출은 산업 구조조정과 수출기업 유동성 지원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부실화가 누적될 경우 세금으로 충당되는 공적부담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구조조정 지원을 넘어 기술혁신·수익모델 전환을 동반한 생산적 자금 공급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입은행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제도 개선, 채권은행 협의체 내 실사 프로세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한계기업 연장·유예' 중심의 단기 처방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은 구조조정과 병행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연착륙만을 목표로 하다 보니 자금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정책금융이 민간 자금의 대체재가 아닌, 혁신을 견인하는 ‘정책적 모험자본’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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