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익 12.1조 '어닝서프라이즈'…매출도 분기 첫 80조 돌파

증권가 예상치 19.3% 웃돌아

2025-10-14     채윤정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표지석.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가 15개월 만에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복귀했다. 매출도 분기 최초로 80조원을 넘어선 86조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3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2%, 영업이익은 31.81% 증가했다. 또 전기 대비로는 매출은 15.33%, 영업이익은 158.55%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84조1312억원, 영업이익 10조1419억원이다. 이날 발표된 잠정실적은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9.3%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D램과 SSD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실적을 견인했고, HBM3E 개선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면서 "비메모리 쪽에서는 파운드리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부문에서 하반기에 내놓은 '갤럭시 Z 플립7' 등 폴더블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 판매 호조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초 예상치보다 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가 3분기 5조~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섬에 따라 메모리 사업부 실적도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범용 D램 및 낸드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범용 D램 생산라인을 HBM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범용 D램 품귀 현상이 벌어져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9월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3% 오른 6.3달러를 기록했다. 이 제품 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6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고정 거래가격은 메모리 업체와 수요 기업 간 주기적으로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대량 거래 가격으로 '메모리 업황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D램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3분기 낸드 가격도 전 분기와 비교해 3~8% 올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글로벌 낸드의 평균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5~10%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업체(CSP)들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부족에 따라 기업용 SSD 주문을 늘리면서 낸드 평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3E 개선제품에 대해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개선 제품 판매가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최근 AMD의 가속기에 12단 HBM3E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전자 역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엔비디아에 12단 HBM3E 및 HBM4를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12단 HBM3E 퀄테스트를 막바지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최근 오픈AI와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하는 LOI(의향서)도 체결한 것도 호재다.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오픈AI에 향후 고성능 D램 제품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부문은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빅테크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차세대 칩 ‘AI6’를 생산하는 약 23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8월에는 이미지센서를 애플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달에는 데이터센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선도 기업 중 하나인 IBM의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칩 ‘파워 11’ 위탁 생산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반도체(DS) 부문이 전사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D램은 서버 중심 수요 강세 및 HBM 믹스 개선으로 전 분기 대비 비트 출하량이 9% 증가하고, 평균판매가격(ASP)은 15%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및 수율 개선으로 큰 폭으로 적자를 개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4분기 및 내년 사업에 대해 '어닝서프라이즈급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의 주요 고객사인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GPU공급 계약을 진행했고, 내년 하반기부터 'MI450'의 본격적인 공급이 예정돼 있다"며 "부진했던 HBM 출하량은 AMD를 포함해 다양한 고객사 확보로 내년 D램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서버 D램 가격 상승이 연쇄적으로 다른 응용처의 가격 상승으로 확산되고 있다. 3분기 및 4분기 ASP 상승폭을 11%, 15%로 상향 조정한다"며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4공장(P4) 추가 증설과 평택캠퍼스 5공장(P5) 건설 재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반도체 사이클을 보면 일반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며 밸류에이션은 낮아지게 마련인데, 이익 상향과 리레이팅이 동반하고 있다. 이번 사이클은 돈벌이와 상관없이 실리콘밸리 초거대 기업들의 선점 경쟁과 자금 조달 능력이 수요의 핵심"이라며 "최근 빅테크들이 수백조원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와 이에 따른 다년간 반도체 투자 계약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AI의 장기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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