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쿠폰' 호재에도 카드사 '울상'…카드론·조달비용 '이중고' 시름

'주요 수익원' 카드론 잔액 3개월째 감소세…연체율 '부메랑'까지 금리 안정에도 여전채 이자부담 '여전'…과거 고금리 발행분 영향

2025-10-18     손일영 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사용 가능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매장. (사진=손일영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급을 통한 소비 회복세에도 카드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수익성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롯데·우리·BC)의 합산 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3% 급감한 수치다.

카드사의 실적 부진은 올해 3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카드사 수익 창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카드론 잔액이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카드업계는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타격을 입자, 단기 고금리 대출인 카드론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한 바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카드사의 자산 대비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상품 비중이 20~3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상품의 위축은 수익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론 사업이 주춤하는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대출 규제에 카드론 상품을 포함하고, 지난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도 적용한 바 있다.

이에 지난 6월 카드론 잔액(8개 카드사)이 전월 대비 1466억원 급감한 39조371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3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지난 8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3113억원까지 쪼그라 들었다.

카드론 잔액이 줄어들면서 수익 보전을 위해 대출 상품을 활용해 오던 카드사들은 오히려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1.76%로 10년 만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업계는 통상적으로 2%를 연체율 관리 위험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중 카드론 연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2.4%에 달해 카드사의 재무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전봇대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손일영 기자)

민생회복 쿠폰 지급으로 늘어난 소비도 카드사의 이익 창출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카드 승인금액은 21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났다. 문제는 '민생 쿠폰'의 주요 소비처가 영세·중소 가맹점에 집중돼 있어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성에는 영향이 적다는 업계 평가도 나온다.

카드사의 조달 비용 부담도 여전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업 8개 카드사는 이자 비용으로 총 2조2874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라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카드사의 조달 부담을 경감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과거 고금리 시기 발행한 여전채의 만기 상환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 2022년 6% 넘게 치솟았고 2023년 하반기까지도 4.9%대의 고금리 수준을 유지한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전반적으로 카드사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보수적인 사업·인력 운영 및 효율화로 비용 절감과 수익원 창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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