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1인당 20만원 민생지원금 지급…'만시지탄', '민심전환용' 논란

2025-10-21     조성진 기자
노관규(오른쪽) 순천시장이 한 시장에서 순천사랑상품권을 사용하고 있다. (출처=노관규 시장 페이스북)

[뉴스웍스=조성진 기자] 순천시가 모든 시민에게 1인당 2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준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20일 시청 소회의실 브리핑에서 “순수 시비 580억원을 투입해 모든 시민에게 1인당 20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화폐 순천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시기는 조례 통과 이후 12월 초가 유력하다. 

순천시는 580억원의 민생지원금 재원을 세출구조조정과 국가정원 등 세외수입으로 마련한다. 그동안 정부의 보통교부세 삭감 등으로 예산 운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미래 세대 부담을 우려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유보해 왔으나, 물가 상승에 따른 시민과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기 위해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그간의 노 시장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 시장의 민생지원금에 대한 입장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2022년 순천시장 선거 당시 오하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건 "1인당 10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을 "세금 3000억원도 걷지 못하는 순천시 처지에서 배가 좀 고프다고 씨나락까지 삶아 먹을 수 없다"며 지원금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이자 정치공작으로 지적했다. 노 시장은 지난해 한 교회에서 민생지원금 20만원을 "피자 10판 값도 안되는 돈"으로 비하했고, 올해 초 김문수 순천갑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민생지원금 지급을 촉구했지만, 자신의 공약이 아니라며 반대했다. 

올해 초 순천시 곳곳에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김문수 의원 페이스북)

노 시장이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고, 내일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오늘 그물을 짜자"고 하는 동안 순천의 지역경제는 급속히 위축됐다. 일반음식점 폐업 수는 2022년 249곳에서 2023년 497곳, 2024년 515곳으로 늘어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년 만에 1천 곳, 전체 일반음식점의 19.3%가 폐업한 것은 행안부가 집계한 순천시 통계 사상 최대 기록이다.

2022년 순천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노관규 후보에게 패배한 오하근 민주당 후보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늦었지만, 제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게 돼 다행이다. 순천시민과 지역경제 회복에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며 "순천시 재정은 충분하고 시장이 철학과 의지만 있으면 지급할 수 있다. 앞으로도 경제가 어려울 때 2차, 3차로 민생지원금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노 시장의 민생회복지원금 태도 변화에 순천시민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민생회복지원금’이란 이름으로 지원 정책을 꺼내든 노 시장의 행보는, 경제난 해결보다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을 낳고 있다.

왕조동에 거주하는 박모 씨(53)는 “달라고 할 땐 안 주더니 이제와 주겠다고 하는 건 뒷북이다. 경제가 어려워 주면 받겠지만, 노 시장에 대한 여론이 워낙 부정적이라 주변에서는 민심전환을 위한 선거용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순천지부 게시판에 글을 쓴 한 시민은 "과거엔 시민이 요구해도 줄 수 없다고 하더니, 이재명 정부에서 준 민생회복 쿠폰은 꼭 써달라며 시장 곳곳을 돌면서 정치적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며 "노 시장의 이번 행보는 철학이 아닌 민심 이반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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