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 대신 프리미엄"…카드사 '고연회비 우량고객' 모시기 경쟁

연회비 수익 5년 새 45%↑…'실속형 카드 감소'에 소비자 부담 확대 우려 어려운 업황 속 프리미엄 고객 '잡아두기'…"수익성·건전성 동시에 잡는다"

2025-10-29     손일영 기자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카드사들이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을 극복할 '생존 전략'으로 고연회비 프리미엄 상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에 고객의 지불 여력을 고려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 8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의 올해 상반기 연회비 수익은 76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084억원) 대비 약 8% 증가한 수준이고, 2020년 상반기(5277억원)와 비교하면 약 45% 불어난 금액이다.

카드사 연회비 수익은 매년 꾸준히 늘어났다. 2022년 1조2258억원에 달했던 8개 전업 카드사 연간 연회비 수익이 지난해에는 1조4413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카드사 연회비 수익은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69억원이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연회비 수익 증가세는 고액의 연회비(10만원 이상)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카드' 출시가 가속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는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 경쟁력이 줄고, 연체 고객 증가에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프리미엄 카드 상품을 확대해 우량 고객(고소득·고신용자 중심)을 늘려, 신용판매액 증가와 연체율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회비가 높은 카드는 연회비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액의 연회비 자체로 수익성을 창출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우량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바꿔 고객 저변을 확대하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카드고릴라)

프리미엄 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된 것은 소비자 수요의 영향도 크다. 국내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2024 연회비 분석 데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3733명) 중 20.9%(788명)가 10만원 이상의 연회비가 책정된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반면 저렴한 연회비에 풍성한 혜택을 담은, 이른바 '혜자 카드'는 사라지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카드는 400개(신용카드 324개, 체크카드 76개)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연회비 3만원 이하의 '실속형 상품'에 속한다.

3년 전인 2022년 한 해 동안 단종된 카드 수가 101개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카드사가 상품 판매 전략으로 '가성비'보다는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 있다.

문제는 카드사의 프리미엄 전략이 연회비 평균 단가를 끌어올려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창출에 도움이 되지만, 다수의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면 장기적으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업계 평가가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프리미엄 고객 시장을 확대함과 동시에 프리미엄과 대중형 상품 사이 '준프리미엄'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카드의 '부티크(Boutique)' 시리즈 카드가 대표적이다. 해당 상품의 연회비는 8만원 수준으로, 호텔 발렛파킹과 공항 라운지 혜택 등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일상에서의 실용적 혜택을 선호하는 고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 시장도 이미 많은 카드사들이 경쟁에 뛰어들어 포화 상태"라며 "결국 고객의 지불 여력을 고려해 연회비와 혜택 수준을 다양하게 고려한 상품을 내놓는 것이 상품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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