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재용-정의선 '깐부 도원결의'…러브샷도 연출

2025-10-31     채윤정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 취재단)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7시 30분경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 들어섰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치킨 집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반갑게 인사했다.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치맥 회동'을 가졌다. 황 CEO는 이재용 회장에 이어 정의선 회장이 도착하자 이들과 포옹을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황 CEO는 '깐부' 뜻을 아는지 묻는 질문에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며 "특히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은 모임 전부터 '깐부 회동'으로 일컬어 졌다. 깐부는 친한 친구나 동료 등을 뜻하는 은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중 "우리는 깐부잖아"라는 대사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중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공동 취재단)

황 CEO는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이 회장과 정 회장은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마주 앉아 치킨과 맥주,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나눴다.

황 CEO는 만찬을 시작하기 전 일본 산토리의 싱글몰트 위스키 '하쿠슈(白州) 25년산'에 서명한 후 두 총수에게 선물했다. 하쿠슈 25년산은 시중가 약 700만~800만원대에 이르는 초고가 제품이다. 또한 지난 1월 CES 2025에서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콘셉트로 처음 선보인 ‘DGX 스파크’도 선물했다. 

정 회장은 준비해온 술을 황 CEO에게 선물했다. 이 회장도 황 CEO에게 미리 준비해온 선물을 건냈다.

젠슨 황 CEO가 서울 삼성역 깐부치킨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회동 중에 선물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공동 취재단)

세 사람은 맥주로 건배를 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자리 마무리 전에는 세 사람이 팔짱을 끼고 '소폭' 러브샷을 연출하기도 했다.

황 CEO는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고,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 둘이 치킨 먹는 건 처음"이라고 답했다.

계산을 누가 맡을지에 대한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이 회장이 "오늘 내가 다 살게요"라고 하자 황 CEO는 "오늘 모두 공짜"라며 매장 '골든벨'을 울렸다.

황 CEO는 치킨에 큰 관심을 표하더니 맨 손으로 치킨을 집어 먹기도 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기도 했다. 그는 소맥, 맥주 등을 한국어 단어를 사용하면서 치맥을 즐겼다. 특히 생맥주 기계에 큰 흥미를 보이며 사용 방법을 물어보고, 이후 직접 맥주를 뽑아보기도 했다. 

이들의 만남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다양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과는 납품을 추진 중인 HBM4의 퀄 테스트부터,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최근 합류한 엔비디아의 맞춤형(커스텀) AI 인프라 생태계 'NV링크 퓨전' 등이 화두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회장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등 미래차 전반에 걸친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모빌리티 동맹'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중 내부 손님들과 잔을 부딪히고 있다. (사진=공동 취재단)

깐부치킨 관계자가 대형 액자를 건내자 이 회장은 '대박나세요'라고 적고 이름도 한자로 적었다. 정 회장도 '최고예요'라는 글귀와 함께 서명을 했다. 황 CEO는 이어 '어메이징 치킨'이라고 감회를 남겼다. 

황 CEO는 한 어린이의 티셔츠에 직접 사인도 해줬다. 이 회장이 황 CEO의 사인을 받은 어린이에게 "혹시 저를 아나요"라고 묻자 어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정 회장이 "저도 아나요"라고 묻자,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손님들은 이 장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회장과 정 회장도 어린이에게 사인을 해줬다. 이 회장은 '○○이, 효자되세요'라고 적어 주변을 미소짓게 했다. 

"이쪽으로도 와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에는 "오늘은 당신들이 자리를 잘못 잡아서 어쩔 수 없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후 깐부치킨을 나와 밖에서 대기하던 30~40명의 취재진에게 "좋은 날 아닌가"라고 물으며 "이제는 미국 관세도 타결되고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맛있는 걸 먹는 게 행복인 것 같다"며 웃었다. 

정 회장은 "정부 분들이 너무 고생하셔서 감사드린다"며 "이제 우리가 잘해 나가야 한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미 관계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와 한국은 발표할 내용이 많고, 이곳에는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다"며 "내일 우리가 함께 진행 중인 훌륭한 소식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치맥회동'을 할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 테이블에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한편, 이들의 회동 전부터 삼성동 깐부치킨 앞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치맥 회동 장소인 '깐부치킨' 검색량이 이날 오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구글 트렌드는 특정 기간 내 검색량이 가장 많은 때를 '100'으로 놓고 상대적인 수치를 표시한다. 최근 24시간 내 검색량을 살펴보면 이날 오후 6시 4분 기준 깐부치킨 검색량은 100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이날 회동이 큰 관심을 모은 것이다. 

오후 2시경부터 언론사 기자들과 황 CEO를 보기를 원하는 수많은 시민이 현장에 몰려들었다. 회동 예정 시각에 가까워지자 매장 주변 1차선 도로는 아예 통제될 정도로 혼잡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결국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오후 6시께 매장 외부에 질서 유지선을 설치했다. 강남경찰서는 보행 공간 확보와 진입 동선 분리 조치를 시행해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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