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지체 안 돼"…7.8조 규모 'KDDX 상생안', 14일 결정되나

방사청, 국회 및 분과위 민간위원 지적에도 수의계약 고수 또 보류 시 국가 방산 신뢰도 추락…1·2번함 동시 발주 유력

2025-11-05     안광석 기자
HD현대가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설계 모형. (사진=안광석 기자)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1년 반 동안 지연되면서 해군 전력 공백과 방산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은 지난 2024년 6월 선도함 상세설계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주도 사업자 지위를 놓고 HD현대와 한화오션 간 경쟁이 격화된 상태다. 이 가운데 방사청은 수의계약 형태를 밀어붙이다가 특정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는 국회와 여론의 비판에 번번이 사업 추진 시기를 놓치고 있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1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열어 KDDX 상세설계 차원에서 1번 선도함 건조사업자 및 사업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이번 분과위에서 KDDX 관련 안건이 의결되면, 이달 말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안건이 최종 확정된다.

방사청은 올해만 네 차례 분과위를 열어 기본설계(HD현대 계약)와 상세설계를 동일 업체가 수행하는 수의계약 방식을 확정하려 했다. 그러나 분과위원 중 6명의 민간위원이 수의계약 방침에 반대하면서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분과위는 필요한 경우 수시로 개최할 수 있지만,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사전설명회 등을 통해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만약 방사청이 민간위원들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상생 방안이나 명분을 마련하지 못하면 분과위에 안건이 상정되지 못한다. KDDX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기존처럼 또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 한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100% 우리 기술로 추진되는 KDDX 사업은 지금보다 더 늦어질 경우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고, K-방산 기술력 위상 제고로 모처럼 기회가 온 수출 기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제는 실행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분과위 민간위원을 포함해 국회 등은 지난해부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물량 분담과 공동 개발 등을 포함한 상생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해 왔다. 그러나 방사청은 적기 전력화와 관례를 명분으로 수의계약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해당 사업에 복수 방산업체가 지정돼 경쟁 기반 조성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 상황에서 방사청이 사실상 대안 검토를 거부한 결과라는 민간위원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과 4월 열린 분과위에서는 민간위원들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방사청의 입장은 변함 없어 심의가 모두 보류됐다.

방사청은 지난 8월 국회 대면보고에서도 수의계약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결국 지난 8월 분과위도 안건 상정이 무산됐고, 9월 회의는 개최조차 되지 못했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방사청이 양대 조선사의 첨예한 갈등을 방관해 사업 지연을 스스로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규백(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군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물론 방사청도 수의계약이 타당하다는 근거는 갖췄다.

방산업 특성상 영속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한 곳의 방산업체가 주도하는 수의계약 방식이 효율적이다. 경쟁입찰로 노하우가 없는 업체가 간혹 선정되거나, 공동건조 방식이 되면 시간 및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또 이후에도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에 발주국가 등으로부터의 신뢰도 하락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군사 강국들도 첨단 함정 건조 사업에서 한국의 수의계약과 비슷한 형태인 ‘원 디자인 원 빌더(One Design One Builder)’ 방식을 채택 중이다.

하지만 현재는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과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 등에서는 정부와 조선업계가 협업해 성과를 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국내 대표 방산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을 넘어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석종건 방사청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법적으로 KDDX 1·2번함 동시 발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제시돼온 상생방안(HD현대와 한화오션 공동건조)이 유력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다소 건조 과정에서는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이미 1년 이상 늦어진 사업 일정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고, 양사 간 물량 균등 배분 등 공정한 조건을 설정해 전력화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위 한 관계자는 “이미 해답은 나와 있었지만, 방사청만 외면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