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AI 거품 우려가 몰고 온 금융시장 '공포'…주가·원화 동반 '폭락'
코스피, 2.85% 떨어져 4000선 겨우 사수…환율, 1450원 '눈앞' 日닛케이 5만선 '위태'…비트코인 5개월 만에 '10만달러' 내줘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금융시장을 집어삼켰다.
주가와 원화 가치는 추락했고, 비트코인 가격도 최근 5개월 사이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이 하락세를 타자,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일본 증시까지 동반 급락하며 AI 버블 확산에 대한 공포심을 키웠다.
◆코스피·코스닥 '검은 수요일'…1년 3개월 만에 동반 '매도 사이드카'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7.32포인트(-2.85%) 낮아진 4004.42에 마감하며 4000선을 위태롭게 지켰다. 이는 지난 8월 1일(-3.88%) 이후 최대 낙폭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27포인트(-0.79%) 낮아진 4055.27에 출발한 뒤 하락 폭을 키우며 4100선, 4000선, 3900선을 차례로 내줬다. 장중에는 6%대 하락세를 보이며 3867.81까지 밀리기도 했다.
낙폭이 커지자 거래소는 오전 9시 46분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란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시장의 선물 및 현물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것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급락한 채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 4월 7일 이후 두 번째다. 코스닥과 동반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해 8월 '블랙 먼데이'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투자자별로 보면 개인은 홀로 2조5657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 방어에 나섰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조5180억원, 79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의 원인이 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거래가 정지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9개 종목이 나란히 하락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10%, 1.19%씩 하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1.90%) ▲삼성전자우(-4.88%) ▲현대차(-2.72%) ▲두산에너빌리티(-6.59%) ▲한화에어로스페이스(-5.94%) ▲HD현대중공업(-6.88%) ▲KB금융(-0.25%) 등도 함께 파란불을 켰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24.68포인트(-2.66%) 밀린 901.89포인트에 장을 마치며 900선을 겨우 사수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코스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5645억원, 422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이 599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 금액은 3조1177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HLB(1.49%)만이 소폭 상승 마감했고 ▲알테오젠(-3.64%) ▲에코프로비엠(-2.41%) ▲에코프로(-3.03%) ▲레인보우로보틱스(-7.38%) ▲펩트론(-3.50%) ▲에이비엘바이오(-6.65%) ▲리가켐바이오(-3.43%) ▲삼천당제약(-3.53%) ▲파마리서치(-4.87%) 등은 함께 주가가 미끄러졌다.
◆뉴욕發 'AI 버블론' 공포…원·달러 환율, 1450원 '근접'
이날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친 건 간밤 미국에서 들려온 AI 버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AI 기술주에 대한 가치 고평가 우려 속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1.44포인트(-0.53%) 내린 4만7085.2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80.42포인트(-1.17%) 하락한 6771.5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86.08포인트(-2.04%) 낮아진 2만3348.64에 각각 장을 닫았다.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고점 부담이 가중되자 나스닥의 낙폭이 두드러지는 모습이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원화 가치도 함께 추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1.5원 오른 1449.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11일(1457.2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강달러 영향에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은 더욱 가중됐다"며 "더불어 국내 증시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성 거래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日·암호화폐까지 전이된 공포…비트코인, 한때 '10만달러' 붕괴
미 AI 버블론에 타격을 받은 건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6거래일 만에 5만선을 내줬다. 이날 장 마감 직전 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2.50% 밀린 5만212.27을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는 4만9073.58까지 밀리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에도 검은 그림자가 들이닥쳤다. 이날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달러 아래로 미끄러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3시 40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66% 내린 10만1621달러를 기록 중이다. 현재는 오전 대비 낙폭을 많이 줄인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한때 7%대 급락해 10만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6월 22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알트코인 역시 나란히 내림세다.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5.14%)을 비롯해 ▲엑스알피(-0.46%) ▲비앤비(-0.38%) ▲솔라나(-0.07%) 등이 함께 하락하고 있다.
경제전문 매체 CNBC는 "AI가 주도하는 주가 상승 랠리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퍼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