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개선됐지만…금융위, 롯데손보 경영개선권고 의결
3분기 기준 킥스 141.6%…롯데손보 "비계량 지표 기반 결정 위법 소지"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롯데손해보험의 경영체질 개선세에도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이에 롯데손해보험 측은 보험업법 위반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5일 '제19차 정례회의'를 통해 롯데손보에 대한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사에 증자나 채권 처분 같은 재무개선 조치를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제재다. 이 가운데 경영개선권고는 가장 낮은 단계로, 부실자산 처분이나 증자 및 경비제한 관련 제재가 부과된다.
이번 조치에 따라 롯데손보는 향후 2개월 내 ▲자산 처분 ▲비용 감축 ▲조직운영 개선 등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경영개선 계획을 마련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경영개선계획이 금융위에서 승인되면, 해당 계획에 맞게 향후 1년간 개선 작업을 이행하게 된다.
금융위 측은 "이번 조치가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롯데손보의 자본 적정성이 취약하다고 판단돼 건전성 관리 강화를 선제적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라며 "경영실태평가 후 단기간 내에 적기시정조치 사유가 해소될 수 있음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아 이번 조치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RAAS)는 ▲보험 ▲투자 ▲금리 ▲유동성 관련 리스크를 포함해 자본적정성과 수익성 등 7개 부문을 1~5등급으로 평가한다. 이중 계량 항목은 매 분기 경영지표 등을 통해 평가하고, 비계량 지표는 검사 주기 등에 따라 '현장점검(임점평가)'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뤄진 경영실태평가 정기 및 후속 검사에 따라 종합 3등급, 자본적정성 부문 4등급을 받은 바 있다. 앞서 2020년 말 경영실태평가에서도 종합 4등급을 받았지만, 이듬해 9월 적기시정조치를 한 차례 유예받은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영개선권고 이행기간 중 보험료 납입을 비롯한 보험금 청구 및 지급과 신규계약 체결 등 롯데손보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금융당국은 롯데손보의 유동성 등을 밀착 모니터링해 시장 안정을 위해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3분기 잠정 경영실적 기준 롯데손보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킥스) 비율이 당국의 권고치(130%)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제재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롯데손보는 3분기 경영실적(잠정) 공시를 통해 지난 9월 말 기준 킥스 비율이 141.6%로 지난 6월 말(129.5%)보다 12.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급증한 99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45%나 늘어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정량지표는 개선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비계량 평가 일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금융당국이 보수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비계량 지표를 근거로 적기시정조치 부과받은 전례(보험사 기준)가 없는 만큼 이번 금융당국의 판단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롯데손보 측은 "금감원이 자본적정성 부문 계량평가로 3등급을 부여하면서도 비계량평가는 4등급을 부여했다"며 "해당 사유로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의 유예'를 꼽았다"고 주장했다.
ORSA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위험을 식별·평가하고, 자본 건전성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감원은 RAAS 평가 매뉴얼에 따라 ORSA 도입이 늦어진 만큼 자본적정성 부문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손보는 금감원의 평가 메뉴얼보다 상위 규정인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라 적법한 이사회 의결을 거쳐 ORSA 도입을 유예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ORSA 제도는 아직 도입 준비 과정에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전체 53개 보험사 중 ORSA를 유예하고 있는 회사는 절반 이상인 28개사"라며 "상위 법령에 따른 적법한 ORSA 도입 유예 결정을 경영개선권고의 부과 사유로 삼는 것은 위법성 소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 정례회의 결과에 따라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손보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김증수 롯데손보 노조위원장은 지난 4일 회사 게시판을 통해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부여하면 대외 투쟁과 소송전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적기시정조치는 회사의 자본확충 부담뿐만 아니라 12월에 몰려있는 퇴직연금 갱신과 GA(법인보험대리점) 등 모든 영업조직 업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정기감사 시작 전부터 적기시정조치를 예고한 만큼 이번 조치는 말 그대로 '표적감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