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 빠지는 예금…은행, '지수연동 예금'으로 방어전

코스피 4000 돌파에 예금 18조 이탈…CMA·신용융자 '급증'

2025-11-06     정희진 기자
11월 5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신한은행 딜링룸. (사진제공=신한은행)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코스피 4000 시대가 열리자 시중은행의 돈이 빠르게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지수연동형 상품을 앞세워 자금 흐름 관리에 나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10월 말 기준 584조3783억원)은 9월 말(603조791억원)과 비교해 18조7008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당좌예금과 보통예금이 포함된 요구불예금은 저축성 예금과 달리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성 자금이다.

이에 반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주식형 펀드 순자산총액은 219조6850억원으로, 부동산 펀드(190조523억원)를 크게 앞섰다.

투자자예탁금과 함께 대표적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늘었다. 10월 말 기준 96조2544억원(4265만8734개)으로, 9월(93조5074억원, 4226만3169개)보다 2조7470억원(39만5565개) 증가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투자까지 확대하면서 빚투 규모도 커졌다. 지난달 31일 코스피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5조8173억원을 기록했다. 9월 말(14조2447억원) 대비 1조5726억원 많아진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관망하던 자금이 증시 상황이 좋아지자 대거 이동했다"며 "예금 고객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직접 투자자금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 (출처=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은행권은 자금 유출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는 동시에 원금은 지키되 지수 상승의 이익을 나누는 상품으로 투자형 예금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 고금리 경쟁에서 벗어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예금'으로 투자자금 회귀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KB Star 지수연동예금 25-4호'를 출시했다. 만기까지 유지하면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지수 변동에 따라 최대 연 7.9%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 성향에 따라 ▲상승추구형(최저 2.5~최고 2.8%) ▲상승낙아웃형(최저 1.7~최고 7.9%) ▲범위수익추구형(연 3.0% 또는 2.1%) 중 선택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수연동예금은 원금 보장과 수익 기회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다양한 투자 성향을 가진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이러한 예금 이탈을 단기적 자금 유출이 아닌 금융시장 전반의 '투자 전환 흐름'으로 보고 있다. 단기 유동자금이 증시나 단기 투자상품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판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은 성격상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 인상보다 투자형 예금,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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