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美에 500조 쓰겠다는 정부, 바빠서 국회 동의는 생략하나"
"韓·美 설명 상이…합의문·팩트시트·서명 문서 전혀 공개되지 않아"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6일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에서 "500조를 미국에 쓰겠다는 정부가 바빠서 국회 동의는 생략하겠다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 MOU에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고 단정하며, 헌법이 정한 동의 절차를 건너뛰겠다고 한다"며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을 해놓고, 그 검증과 책임은 생략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번 협상을 '역대급 성과'라고 직접 강조한 바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합의문 한 장 제시하지 못한 채, 스스로 국회의 동의를 생략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 스스로 뒤집은 말"이라며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외교부 장관과 국무총리는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면 국회에 와서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답했다. 이제 와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니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국회에서 국민 앞에 약속한 말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또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며 "정부가 미국과 합의했다면 3500억 달러(약 500조원)는 내년 정부 예산(728조원)의 69%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런 결정을 국회 검증 없이 처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한·미 양국의 설명도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 현금 투자와 투자 상한 설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총 9500억 달러 투자', '반도체 관세 제외', '농산물 시장 100% 개방'을 언급하고 있다. 핵심 수치와 조건이 서로 다른데도, 이를 확인할 합의문·팩트시트·서명 문서는 단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종이 한 장 없이 그냥 ‘믿어 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 이것이 과연 책임 있는 국가 운영 방식이냐"고 따져물었다.
끝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려면, 최소한 어떤 문서에 어떤 약속을 했는지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며 "국회 동의는 바쁘니까 생략하는 절차가 아니라, 헌법이 정한 국민에 대한 의무다. 국민이 도대체 뭘 보고 믿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