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골든타임' 놓칠라…KAI 사장 인선 곧 착수할까

잘 나가는 방산 빅4 중 나홀로 실적 뒷걸음질 수은 사장 선임에 곧 KAI 사장 인선도 본격화 전망

2025-11-08     안광석 기자
경상남도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관.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장 공백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K-방산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KAI 사장직은 강구영 전 사장이 지난 7월 사임한 이후 주욱 공석인 상태로, 현재는 부사장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사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문제는 실적은 물론 수출·기술개발·노사관계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KAI 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 수장 공백 상태가 최근 해결되면서 KAI 수장 인선도 곧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올해 3분기 매출액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21.1% 줄어든 것이다.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보다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17% 하회했다.

KAI는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육군 소형무장헬기(LAH) 7대 납품 일정 일부 순연 등을 꼽았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현대로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경쟁사들은 폴란드 등 대규모 K-방산 수출 계약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인식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KAI도 폴란드 ‘FA-50’ 등 대규모 수주잔고(3분기 기준 16조3000억원)는 확보 중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주요 사업의 납기 이연 및 수출 물량 인식 지연 등 기본적인 문제로 실적 개선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CEO 부재로 적극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부재의 간접 영향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KAI처럼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바뀌는 구조는 장기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약화를 초래한다.

KAI 노조에 따르면 KAI는 폴란드 FA-50 추가 수출과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 수출 등 굵직한 해외 수주전에서 밀리거나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ADEX 등)에도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참여하면서 대외 홍보 및 파트너십 논의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사업도 문제다. 한국형 전투기(KF-21) 사업은 양산 준비는 물론, 정부와 개발비와 초도양산 예산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전자전 항공기와 무인표적기 등 일부 프로젝트에서도 의사결정 지연 발생이 우려된다.

KAI가 개발한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 모형이 지난 10월 말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행사장 내 전시돼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KAI 노동조합 측도 사장직 인선 기간이 길어지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KAI 노조의 주장은 정권 낙하산 인사 및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과거 경영진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인사는 배제하고, 국내외 항공사업을 직접 수행해 성과를 만들어온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임명해 달라는 것이다.

앞서 강 전 사장이 사임한 뒤 후임 인선 과정에서도 정치권과 관료 출신 인사가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류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과 겸 기술고문과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다. 그러나 류 부사장은 낙하산 인사의 반복이라는 KAI 노동조합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문 전 장관은 방산 분야 직접 실무 경험이 적다는 단점이 있었다.

KAI 노조 측은 지난 6일 “최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특검이 정치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일부에서는 ‘특검 수사가 끝나야 KAI 사장 인선이 가능하다’는 비공식적 입장도 흘러나온다”며 “그러나 특검은 정치의 문제이고, 사장 인선은 산업의 영역인 만큼 국가 전략기업의 경영 공백을 정치 일정에 종속시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AI 사장 인선은 통상적으로 대주주인 수출입은행 및 방위사업청장 등 주요 인사가 결정된 후에 이뤄지는 관행이 있다. 지난 7월 이후 수출입은행장 자리도 공석이었기에 KAI 사장 인선도 함께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5일 수은 내부 출신인 황기연 상임이사가 제23대 은행장으로 임명되면서 행장 공석 사태는 해소된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위직 인사 검증 및 국책은행장 인사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 체계 개편 논의 등과 맞물려 전반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도 당선 이전에는 KAI의 중요성을 몇 차례 언급한 적 있고, 이는 여야도 공감하지만 노조 주장대로 매번 낙하산 논란이 야기되면서 정치권도 인선에 신중하지 않았겠는가”라며 “최근 수출입은행장 선임이 완료되면서 KAI 사장 인선 절차도 곧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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