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회동'으로 이미지 '확' 바꾼 이재용…등기이사 이름 올릴까

2025-11-11     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른바 '깐부 회동'이 불러온 파급 효과는 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이미지 쇄신' 효과를 거뒀다는 내부 평가다. 이와 관련, 그룹 안팎에서는 내년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책임경영'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경 하얀색 티셔츠에 아이보리색 바지, 스웨이드 블루종 차림의 편안한 옷차림으로 황 CEO, 정 회장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을 찾았다. 

이날 이 회장은 '소맥 러브샷'을 연출하는 등 이들과 강한 친분을 과시했다. 이들은 치킨을 먹으며 셀카를 찍고, 시민들과 농담을 주고받아 친근한 인상을 갖게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 회장이 입은 란스미어 인조 스웨이드 블루종은 그가 입은 애쉬색 뿐만 아니라 와인색까지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란스미어는 삼성물산의 하이엔드 브랜드로, 이번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러브샷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같은 날 이 회장이 황 CEO, 정 회장과 함께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기념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것도 호감을 배가시켰다. 

이 회장은 "여기 참석한 진짜 이유는 젠슨이 제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이노베이터이자 존경하는 경영인”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정말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젠슨은 꿈도 있고 배짱도 있고 정이 많은 친구”라고 언급했다.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정말 많이 가진 분"이라며 "해외 행사에서 대통령이나 정치계 주요 인사에게 빅테크 기업 CEO를 소개할 수 있는 것은 이 회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기념품이 담긴 에어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회장은 내년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의 책임경영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4대 그룹 중 총수가 등기이사가 아닌 경우는 삼성이 유일하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이사회에서 등기이사를 제안하면, 이 회장이 이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조만간 발표하는 데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가 발표된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태문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DX 부문장의 직무대행에서 '직무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 사장은 '갤럭시 S25' 가격을 동결하는 선택을 하면서 4분기까지 판매 호조를 이끌어냈다. 

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반도체(DS) 수장 전영현 부회장과 같이 투톱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다만 전 부회장이 지키고 있는 DS 부분 인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사업지원TF의 사업지원실 격상에 대해서는 컨트롤타워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미래전략실은 법무·홍보 등 6~7개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면서 "홍보팀이 커뮤니케이션실로, 다른 기능은 여러 부서로 나눠 배치돼 있어 컨트롤타워 부활과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 내부에서는 컨트롤타워 부활이 아니라고 하지만, 상당 부분 컨트롤타워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박학규 사장·최윤호 사장은 재무통이고, 주창훈·문희동 부사장은 인사통"이라며 "미전실 역할은 3가지다. 첫 번째 자금을 총괄하고 인사, 진단(감사팀) 역할이라는 점을 볼 때, 미전실이 어느 정도 부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삼성전자 인사 폭은 미미했지만, 올해는 크게 할 것 같다"면서 "DS 부분은 전영현 부회장이 그대로 남을 것으로 보여 큰 변화가 없겠지만, DX 부문은 노태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를 떠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 회장에 대해서는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크다. '책임경영'이라는 타이틀을 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는 더 큰 인사를 하기 위한 사전 성격으로 봐야 한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다고 본다. 열 가지 실권이 있었다면 여전히 네 개 이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을 것인지도 중요한 포인트"라며 "이 회장이 대표이사가 된다면 실적도 보여주고 책임경영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임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자리 이동은 생길 수 있다. 임원 수를 늘리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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