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직영AS 폐쇄에 노조는 법적투쟁 예고…다시 고개 든 '韓 철수설'

내년 2월 15일 직영 정비소 9곳 전면 폐쇄…해당 직원, 타 부서로 전환 배치 예정 사측 "수익성 악화 조치…철수 아냐" vs 노조 "일방적 결정…법적·투쟁 대응 논의"

2025-11-10     정현준 기자
지난해 7월 새롭게 문을 연 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한국지엠(GM 한국사업장)이 최근 직영 서비스센터(정비소) 폐쇄를 공식화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노조는 이를 국내 사업 포기의 신호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버트 트림 한국지엠 부사장은 지난 7일 오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에 국내 9곳의 직영 정비소를 내년 2월 15일부로 전면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이는 같은 날 노조가 '직영 서비스센터 활성화 TFT' 회의 개최하자고 사측에 제안한 직후 내려진 통보로, 노조는 "노사 합의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애프터서비스(AS) 접수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후 국내 GM 차량의 정비는 380여 개 협력 서비스센터로 이관된다. 기존 직영 정비소 직원들은 사내 다른 부서로 재배치될 예정인 가운데, 구체적인 인력 전환 규모와 시기는 노사 협의로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에는 인천·서울·동서울·대전·전주·광주·창원·부산 등 전국 9곳의 직영 정비소가 운영 중이다.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유휴 부지 매각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GM은 지난 2018년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지엠 철수를 검토했으나, 한국 정부가 81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군산공장만 폐쇄하는 대신 부평·창원공장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양측은 국내 생산기지 최소 10년 보장을 약속했지만, 해당 합의가 2027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초부터 '철수설'을 제기해 왔었다. 앞서 한국지엠은 2022년 일부 차종 단종에 따라 부평2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직 1200명을 재배치한 바 있다.

철수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올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였다. 대미 수출 비중이 80%를 넘는 한국지엠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사측은 그때마다 철수설을 부인했다.

헥터 비자레알(가운데)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2월 28일 쉐보레 신촌 대리점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같은 달 헥터 비자레알 사장이 '먼슬리 커넥트' 프로그램의 하나로 서울 마포구 쉐보레 신촌 대리점을 방문해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며 국내 사업 지속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후 5월 한국지엠은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9곳의 직영 정비소를 차례대로 매각하고, 부평공장의 유휴 부지와 저활용 자산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철수 수순'으로 해석했다.

노조는 "정치·경제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안을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발표 시점이 노조 창립 54주년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여기에 GM 본사가 같은 시기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면서 철수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GM은 뉴욕주 공장에 8억8800만달러(당시 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해 차세대 8기통 엔진을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지엠은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국내 자산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월 17일 사측의 매각 계획에 반대하는 전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노사 갈등도 이어졌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장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고, 부평공장 매각 및 직영 서비스센터 9곳의 폐쇄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8월에는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되자 GM이 이를 이유로 한국 내 투자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한국은 이미 노사 갈등 리스크가 큰 국가"라고 언급하며 긴장감을 더 했다.

9월에는 한국지엠기술연구소(GMTCK)의 소형 전기차(EV) 개발 프로젝트 축소설까지 불거지며 철수설이 다시 확산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글로벌 프로젝트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된 것으로, 취소가 아니다"라면서 "소형 EV 개발 진행률은 보도된 것과 달리 10%가량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노사는 몇 달간 대립 끝에 추석 연휴 직전 임금협상에 합의하며 일단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직영 정비소와 부평공장 매각 문제는 "사전 결론 없이 고용안정특별위원회를 통해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1일 서울 코엑스오크우드호텔 아이티스퀘어에서 열린 'GM 슈퍼크루즈 간담회'에서 윤명옥 한국지엠 최고마케팅책임자 겸 커뮤니케이션 총괄 전무가 오프닝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지난달 초 한국지엠은 업계 최초로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슈퍼 크루즈(Super Cruise)'를 연내 국내 출시 예정인 캐딜락 신차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자동차 품목 관세 15% 인하에 합의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철수설은 완전히 수그러드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직영 정비소 전면 폐쇄 결정이 나오면서 다시 철수설이 재점화되고, 노사 간 갈등 또한 다시 수면 위로 오르게 됐다.

노조는 정비소 문제를 단순히 수익성으로만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익성이 악화했다면 상쇄하기 위해 노사가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었음에도,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GM 본사의 결정이라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의 일방적 조치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며, 11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모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직영 정비소는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해 왔으며, 이번 결정은 사업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노조가 제기한 철수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폐쇄 이후에도 전국 380여 개 협력 서비스센터를 통해 동일한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상담 절차를 거쳐 새로운 직무와 분야로 원활히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 과정에서 노조와도 성실한 자세로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정현준 기자)

하지만, 쉐보레 차량을 보유한 차주들 대다수는 직영 정비소 철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쉐보레 신차나 중고차를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중고차 가격 방어도 어려워질 것 같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사 측 결정이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정비 기능을 협력업체로 이관하는 방식은 한국지엠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업계 전반이 고려해 온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협력업체 간 기술력이나 장비 품질 격차로 소비자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몇 개월에서 1년 안에 안정화될 것"이라며 "380여 개의 협력 서비스망을 고려할 때 서비스 품질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공장 부지가 아닌 직영 서비스센터 9곳의 매각은 철수를 위한 단계적 조치로 보기에는 다소 과도한 해석"이라며 "단, 경영전략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노사 간 재논의를 거쳤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한국지엠의 국내 판매 실적은 11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5%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10만2364대) 가운데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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