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전환 부담에도…은행주 '주주환원 50%' 본격화
세제개편·자사주 소각 확대…"이익의 질이 주가 좌우할 것"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은행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요구 속에서도 대형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이 50%에 육박하면서 이익의 질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45%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부는 목표치 50%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금융은 CET1 13.5% 초과분을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하며 주주환원율 53%를 목표로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함께 50.2% 환원율을 내놨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잇따라 50% 달성을 선언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모두 '주주환원 50% 시대'로 진입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안정적인 자본여력과 세제 변화가 자리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최고세율 25%)와 비과세 배당(감액배당) 제도는 개인투자자의 세후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비과세 배당은 배당수익이 18.2%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
세금 부담이 낮아지면서 자사주 중심 환원에서 현금배당 중심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 고액자산가들의 참여 확대는 외국인 비중이 높았던 은행주 수급 구조를 바꿀 전환점으로 꼽힌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6년부터 배당과 자사주를 합한 총수익률이 7%를 넘어설 것"이라며 "주주환원 강화는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정착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는 변수다. 부동산 중심의 자금 흐름을 줄이고, 중소기업·첨단산업 등으로의 자금 이동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이는 대신, 주식 투자 관련 위험가중치를 낮춰 약 73조5000억원의 신규 투자 여력이 생긴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은행·비이자 부문 성장 기반은 강화되는 셈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적 금융은 단기적으로 건전성 부담이지만, 그룹 전체의 ROE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은행이 아닌 복합금융그룹 관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6년 이후 은행업은 더 이상 '안정적 배당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대손비용률이 0.3% 수준으로 안정되고 PF 부실이 해소되면서 실적 변동성은 줄었지만, 시장의 초점은 이익의 질과 자본 효율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PBR 0.6~0.8배 구간에서 거래되는 저평가 국면에서 ROE 9% 이상을 유지하고 비은행 성장성을 입증한 기업만이 밸류업 수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