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본 규제' 칼바람에…보험사 배당 여력 '뚝'
해약환급금 적립 부담에 배당 재원↓…"많이 벌어도 주주환원 힘들어" 기본자본 킥스 규제 시행 '조짐'…"합리적 자본확충 관련 논의 필요해"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코스피 4000' 시대가 도래하며 상장 기업의 연말 배당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보험업계 분위기는 싸늘하다. 금융당국의 자본 확충 압박에 올해에도 상장 보험사 배당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 보험사 중 배당이 중단된 5개사가 올해에도 배당을 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IFRS17(회계제도) 도입과 함께 강화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때문이라는 업계 분석이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란 보험 계약 해지 시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보험사 건전성 제고를 위해 해당 금액이 회계상 보험부채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법정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적립분은 배당 가능 이익에서 차감되는 구조다.
배당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5개 보험사(한화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의 올해 6월 말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13조3177억원이다. 같은 기간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1조3945억원)은 9.7% 증가에 그쳤다.
이는 IFRS17 제도 아래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마진(CSM) 창출을 위해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린 영향이다. 이어 금리 인하로 자산운용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에 배당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적립액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적립액을 줄일 수 있는 지급여력(킥스) 비율의 기준치도 기존 190%에서 170%까지 완화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부분의 상장사가 준비금 적립 기준 완화 구간의 킥스 비율(170%~190%)을 기록한 만큼 금융당국의 제도 완화에 따라 보험사의 건전성 제고와 배당 여력 확보에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다만, 업계 전반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줄어도 회계제도상 부채 할인율 강화와 금리 인하 등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업황인 만큼 밸류업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며 "기업가치 제고가 단일 요인으로 이뤄지지 않기에 감독당국 규제 연착륙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연내 '기본자본 킥스 규제'가 도입된다면 일부 보험사의 배당 재개는 더욱 어려워진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통해 사실상 기본자본 제재의 '마중물'을 부었다고 보고 있다.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은 대표적인 기본자본 중 하나다. 금융당국이 가용자본 내 기본자본의 비중을 '재무 제재'의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익잉여금의 외부 유출을 줄이기 위해 배당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기본자본 특성상 유상증자와 순이익 증대 외에는 단기간 확충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다만 증자와 수익성 창출은 어려운 보험 영업환경에 따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들이 본업 경쟁력 제고 노력으로 인해 늘어난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원칙적으로 기본자본에 포함되지만, 적립 규모가 이익잉여금을 초과하면 보완자본으로 전환돼 기본자본 비중을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자본의 '질적 관리' 기조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기존에 내부 '감독용 기준'인 기본자본 비율을 '제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분석실장은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적 목표로 하는 감독기관 입장에서 현재 자본 관리 규제의 방향성은 명확하고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유상증자 영향에 대한 감독기관과 업계의 의견차가 있듯이, 기본자본 비율 자체를 정성적 평가 지표에서 적기시정조치의 정량적 지표로 변경해 활용하는 것은 각계의 세밀한 의견 조율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독 규제를 조이고 푸는 것은 보험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며 "금융위는 금융 정책기관으로서 금감원의 감독 규제의 완충제를 마련함과 동시에 보험사의 신사업 전략에 있어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보험사에 새로운 수익 창출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